[남북정상회담_연평도는…] 불안감 떨던 주민들 평화 기대 “NLL 인근 조업 가능해지길”

▲ 25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 당섬선착장에 정박한 어선에 ‘서해5도 한반도기’가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 25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 당섬선착장에 정박한 어선에 ‘서해5도 한반도기’가 펄럭이고 있다. 판문점공동취재단=연합뉴스
“매일 가슴을 졸이면서 살았는데 이젠 편히 잠을 이룰 수 있겠지요?”

연평도 어촌계장 박태원씨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27일 한껏 들뜬 목소리로 연평도 주민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서해 5도 중 북한과 가장 가까이 있는 연평은 유독 남북한 갈등이 자주 표출됐던 지역이다. 특히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은 아직도 주민들의 가슴속에 상처로 남아 있다.

 

매일 불안감에 살아야 하는 주민들은 전쟁이 나도 언제든 마을을 떠날 수 있게 방 한편에 집문서 같은 꼭 필요한 물건들을 담은 보따리를 싸둔 채 살아왔다. 깊은 밤 큰소리만 들려와도 깜짝 놀라 잠을 깰 정도로 일상이 늘 불안에 휩싸여 있었다.

 

그러나 최근 연평도 주민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남북 정상회담의 평화 분위기가 온 마을을 뒤덮었기 때문이다.

 

특히 연평도에 거주하고 있는 실향민들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산에 올라 어렴풋이 보이는 북녘땅을 바라보며 ‘언제쯤 고향 땅을 밟아볼까’ 오매불망하던 실향민들의 얼굴에도 오랜만에 기대와 설렘이 깃든 미소가 피어났다.

 

박태원 연평도 어촌계장은 “어민들은 일찍 바다에 나갔고, 어르신들은 방에 앉아 TV로 남북 정상회담을 보느라 길거리에 사람이 없다”며 “가슴에 담아뒀던 얘기를 다 말로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남북 정상이 만난 김에 서해 5도 군사적 충돌에 대한 고리를 끊고 어민들의 숙원사업이던 NLL 인근 조업이 가능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서해 5도는 한반도 화약고라고 불리는데 공동파시 등 서해를 풀어야만 모든 게 해결될 가능성이 커 어민과 주민 모두 기대감에 젖어 있다”고 덧붙였다.

 

박 어촌계장은 “연평도에 있는 어르신들은 거동도 불편한 상황에도 자주 산에 올라 지척에 둔 고향을 바라보며 그리워하곤 한다”며 “요즘에는 어르신들이 북녘땅을 보면서 정상회담이 잘됐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연평도 주민 김영식씨(68)는 “연평도는 항상 긴장과 북한의 위협 속에 살아왔기 때문에 남북 정상회담이 원만하게 이뤄져 긴장도 완화되고 평화가 왔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며 “나도 이제 내일모레면 70세가 되는데, 나뿐 아니라 연평도 주민 대다수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피난 보따리를 쌓아놓고 생활하고 있다”며 “이번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다들 보따리를 풀 때가 된 것 같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서해 5도 중 하나인 백령도 주민들의 기대도 남다르다. 백령도 주민 심효신씨(55)는 “백령도에 실향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이번 정상회담에 기대감이 크다”며 “과거 북한에서 미사일 쏘아 올릴 때는 관광객이 통제되고 여객선도 못 들어가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이번 회담을 계기로 관광객이 늘어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백령도는 비행장 시설 문제가 국방부 허가 때문에 몇 년 동안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인데, 이것도 가능해지지 않겠느냐”며 “작전구역 때문에 못하고 있었던 것인 만큼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주민들의 숙원사업이었던 비행장 신설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판문점공동취재단=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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