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상, 자유의 집 앞서 전통의장대 도열
오후엔 소나무 공동기념식수·도보다리 산책
만찬 뒤 리설주와 함께 야외서 환송공연 관람
11년 만에 남북 정상이 만나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두 손을 맞잡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첫 만남은 27일 오전 9시30분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에서 이뤄졌다.
김 위원장이 북측 판문각 앞에 모습을 보인 후, 자유의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문재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 쪽으로 이동했다. 두 정상은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를 한 뒤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건너왔다.
두 정상은 판문점 남측지역 차도로 이동해 화동 2명이 김 위원장에게 꽃다발을 전달했다. 이어 두 정상은 전통의장대 도열의 중간에 서서 자유의 집 우회도로를 걸어서 판문점 자유의 집 주차장에 마련된 공식환영식장까지 약 130m를 걸어갔다.
이어 회담 장소인 평화의집으로 이동, 오전 10시30분부터 정상회담에 들어가 오전 11시55분께 ‘오전 회담’을 종료했다. 이후 약 4시간 뒤인 오후 4시30분께 공동기념식수, 도보다리 산책이 진행됐다.
■공동기념식수… 평화와 번영 상징 소나무
공동기념식수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남측 군사분계선 인근 ‘소떼 길’에 소나무를 심었다. 이는 남북 정상이 정전 65년 동안 ‘대결과 긴장’을 상징하는 땅이었던 군사분계선 위에 ‘평화와 번영’을 상징하는 소나무를 함께 심는 것으로, 군사분계선이 갈라놓은 백두대간의 식생을 복원하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공동 식수할 소나무는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생 ‘반송’으로 65년간 아픔을 같이 해왔다는 의미와 함께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와 번영으로 가는 첫 걸음을 상징한다. 특히 공동 식수에는 남과 북의 평화와 협력의 의미를 담아 한라산과 백두의 흙을 함께 섞어 사용했다. 이 흙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직접 삽을 들고 흙을 떴다. 식수 후에 문 대통령은 대동강 물을, 김 위원장은 한강 물을 각각 뿌렸다.
파주 화강암인 식수 표지석에는 한글 서예 대가인 효봉 여태명 선생의 글씨로 “평화와 번영을 심다”라는 글귀를 새겼다. 글귀는 문 대통령이 직접 정했고 표지석에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서명이 포함됐다.
■군사분계선 표식물 있는‘도보 다리’까지 산책
이어 두 정상은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 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원래 일자형이던 ‘도보다리’를 T자형으로 만들어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곳까지 연결한 게 특징이다.
군사분계선 표식물은 임진강 하구 0001호에서 시작해 동해안 마지막 1,292호까지 200m 간격으로 휴전선 155마일, 약 250㎞에 걸쳐 설치돼 있다. 도보다리 확장 부분에 있는 군사분계선 표식물은 101번째이며, 설치 당시에는 황색 바탕에 검정색으로 ‘군사분계선’, ‘0101’이라고 표기되어 있었으나 현재는 녹슬어 있는 상태다.
이번 ‘도보다리’ 산책은 우리 측이 도보다리 너비를 확장하는 등 정성들여 준비하자 북측이 적극적으로 화답해 성사됐다. 두 정상은 담소를 나눈 후 ‘도보다리’ 길을 다시 걸어 평화의 집으로 이동했다.
■남북정상 부부 만찬… 남북 58명 참석
오후 회담이 끝난 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이날 오후 6시30분 평화의 집 3층 연회장에서 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를 비롯한 남북 양쪽 수행원을 위한 환영 만찬을 개최했다.
북측은 김 위원장 부부를 포함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영철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등 26명이다.
우리측에선 문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대표, 우원식 원내대표, 민주평화당의 박지원 의원 등 32명이 참석했다.
환영 만찬은 남의 대표적 국악기인 ‘해금’과 북의 대표적 악기인 ‘옥류금’의 합주로 막을 열었다. 연주된 곡은 ‘반갑습니다. 서울에서 평양까지’이며 해금 연주는 강은일씨가 맡았다. 이어 제주의 초등학생 오연준 군이 故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불렀다.
문재인 대통령은 환영사와 건배제의를 했고 이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답사와 건배제의를 했다. 이어 기타연주가인 이병우 씨가 본인이 작곡한 ‘새’를 기타 연주했다. 만찬 공연은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만찬 중에는 실내악이 연주됐다.
디저트가 제공됐을 때 두 정상이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나무망치를 들고 초콜릿 원형돔을 깨뜨렸다.
■남북정상, 평화의 집 야외에서 환송 공연 참석
만찬이 끝나고 두 정상 부부가 무대 앞으로 이동해 공연단을 격려한 뒤 평화의 집 야외로 나와 환송 공연에 참석했다. 이날 환송공연은 평화의 집 마당에 마련된 관람대에서 평화의 집 외벽 전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해 영상 쇼로 진행됐다.
영상 쇼의 주제는 ‘하나의 봄’. 역사의 현장이 될 판문점 평화의 집에 한반도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영상과 음악으로 표현됐다. 아쟁 등 국악기가 오케스트라와 협연해 ‘아리랑’을 변주하고, 사물놀이가 가세해 ‘새야 새야 파랑새야’를 연주했다.
‘아리랑’은 우리 역사의 ‘희로애락’을 표현하고, 고단했던 삶이 파랑새로 표현됐다. 이어 모두의 고향을 상징하는 이미지와 함께 동요 ‘고향의 봄’이 변주와 합창으로 연주됐다. 시나위, 오케스트라, 합창단, 사물놀이가 클라이맥스로 가며 공연이 마무리됐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 내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와 함께 차량이 대기 중인 곳까지 걸어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 북측 수행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환송했다.
판문점공동취재단=송우일ㆍ김승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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