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서 ‘구조조정(Restructuring)’ 논의가 최근 한창이다. 과거 대우조선을 비롯하여 현재 한국GM, STX 조선, 성동조선 등의 구조조정 논의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유독 조선업종에 속한 기업들이 많아 조선업종의 경쟁력 추락을 실감하게 된다. 우리는 구조조정을 ‘인력 감축’, ‘인원 축소’ 등으로 이해하여 구조조정의 의미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느끼는 구조조정의 부정적 측면은 인원 감축에 따른 대규모 실업, 해당 지역 경제의 불황, 산업 생태계 붕괴 등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부정적 측면의 구조조정은 우리에게 많은 고민과 걱정거리를 안겨준다.
그러나, 구조조정은 긍정과 부정적 측면이 공존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게 되면, 구조조정이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술적으로 경영학 등에서 구조조정은 ‘기업이 기존의 경영 체계, 사업 및 조직 구조 등을 보다 효율화하고, 효과성(성과)을 높이는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구조 개혁 작업’을 의미한다. 이런 구조조정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을 때, 기업이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은 언제든지 할 수 있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기업은 항상 변화하는 대내외 환경에 적응하고, 경영의 효율성과 성과를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경제 주체이기에 구조조정은 일시적 혹은 상시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구조조정은 기업의 전반적인 경영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기업 경쟁력을 유지, 회복시켜 주는 순기능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구조조정은 ‘혁신(Innovation)’과도 통한다. 혁신을 ‘창조적 파괴’라고 역설한 슘페터(Shumpeter)는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하며, 생산의 3요소인 토지노동자본에 기업가가 기술혁신 등 새로운 생산요소, 새로운 방법 등을 도입하여 획기적으로 생산성을 증대시켜 새로운 국면이 나타나게 하는 것으로 개념화하고 있다. 현대에 와서 혁신은 일반적으로, ‘기존의 제도와 시스템을 개선하거나, 새롭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 나라 경제에서 기업들의 자발적인 구조조정과 혁신은 국가 경쟁력과 일자리 문제와도 밀접한 관계를 갖기에 중요하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대기업 구조조정은 대규모 인원 감축이 일어나기에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더 부각되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아마도,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의 구조조정은 크게 뉴스가 안 되어서 그렇지 필요에 따라 구조조정이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구조조정과 혁신을 통해 기업들은 경쟁력을 회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 구조조정과 혁신은 필요악으로 여겨질 수 있고, 구조조정과 혁신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기업은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하게 된다. 기업이 존속해야만 일자리도 존재할 수 있기에 구조조정과 혁신은 기업 및 근로자들에게 뼈를 깎는 아픔을 동반하고, 힘들기에 노사 간 갈등도 심화되어 분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구조조정과 혁신과는 큰 차이점이 있다. 우리가 흔히 보아왔듯이, 구조조정은 기업이 위기가 닥쳤을 때, 가장 흔하게 쓰는 경영 방식이다. 구조조정의 효과가 부정적인 것은 구조조정의 대표적인 결과가 대량 해고라는 점에서 그럴 것이다. 이에 반해, 혁신은 기존에 잘못된 제도, 시스템, 관행 등을 바꾸고 새롭게 하는 것을 의미하기에 구조조정에 비해 우리가 느끼는 반감(反感)은 현저히 떨어진다. 또, 혁신은 그간 기업가 및 기업에 있는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당위적 경영 방식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됐다.
해외의 유수 기업 중 Microsoft, Apple, Amazon 등은 중소기업으로 시작해 독보적인 기술 혁신을 거듭하여 대기업으로 성장하였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수십 년 혹은 백년이 넘는 기업들의 특성을 보면, 구조조정보다 혁신을 지속적으로 이룬 기업들이 대다수다. 이들 기업의 특성이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일시적이고 부정적인 구조조정을 피하고, 직원들의 구조조정 자체를 만들지 않기 위해 항상 혁신을 기치로 내걸고 있음을 우리 경제주체 모두가 주지하여야 할 것이다.
이정섭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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