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 4차산업혁명 선도할 기회 ‘블록체인·암호통화 글로벌 컨퍼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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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블록체인·암호통화 분야의 전세계 전문가가 대한민국 국회에 모인다. 국경을 초월해 발생하는 암호통화 관련 부작용을 방지하고, 블록체인 기술 발전을 위한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도출해 국제표준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블록체인·암호통화 판(版) 다보스포럼’이 열리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2월 전문가들과 토론을 거쳐 ‘암호통화 거래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 한 바 있다. 법안에는 △암호통화의 정의 △거래소 등록 △피해보상계약 체결 보안대책수립 등 이용자 보호에 관한 거래소 의무 △자금세탁행위 금지 등의 내용을 담았다. 한국에 불어 닥친 암호통화 광풍의 사회적 피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

 

그 과정에서 블록체인·암호통화 정책은 비단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 공감대와 공조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각 나라마다 블록체인·암호통화에 대한 정의, 법적성격 등이 제각각이었고, 이용자보호 방안 등의 대책이 미비했거나 규제의 범위와 강도도 달라 혼란이 가중됐다. 블록체인 기술 검증에 대한 공통기준도 없는 실정이다.

 

그러는 동안 암호통화 관련 ICO 국제사기, 자금세탁과 범죄자금에의 악용 등 부작용이 확산·심화됐다. 지난 3월19~20일 아르헨티나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서도 핵심주제로 다뤄졌지만 구체적 대안은 마련되지 못했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각 정부의 한마디에 관련 시장이 요동치니, 정부가 공통합의를 이뤄내는 것은 매우 요원했다. 그래서 국회가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곧장 국회의장을 찾아가 블록체인·암호통화 정책의 국제공조 긴요성과 국회가 이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설득했고, 지난 3월 국회에서 블록체인·암호통화 글로벌 이니셔티브 외교단을 꾸려 유럽의 디지털 강국이자 스타트업 요람인 영국·에스토니아·핀란드 외교 길에 올랐다.

 

제1·2차 산업혁명의 주역이었으나 제3차 산업혁명에서 미국에 주도권을 내준 경험이 있는 영국은 블록체인을 기회 삼아 핀테크 성지로, 제4차 산업혁명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에스토니아는 국가의 모든 시스템을 블록체인화 하는 대개혁을 이미 진행했고, 블록체인 기반의 전자시민권을 만들어 세계 각국의 유능한 기업과 인재들을 흡수하며 디지털 영토를 무한대로 확장하고 있었다. 2019년 후반기 EU 의장국인 핀란드 역시 “Blockchains Boosting Finnish Industry(BOND프로젝트: 블록체인이 핀란드 산업을 부흥시킨다)”는 구호를 외치며, 국가 싱크탱크가 총동원 돼 블록체인 정책을 연구·개발하고 있었다.

 

외교단은 이 같은 각국의 블록체인·암호통화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의회와 정부, 민간 전문가들을 만나 한국 국회 주최의 블록체인·암호통화 글로벌 컨퍼런스 참석을 제안했다. 각국 전문가들은 선도국간 국제공조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며 참가희망 의사를 화답했다. 그렇게 마련하게 된 기회가 이번 ‘블록체인·암호통화 글로벌 컨퍼런스’다.

 

블록체인 기술은 제2의 인터넷혁명이라 불리며, AI·빅데이터 기술과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새로운 가능성으로 꼽힌다. 세계경제포럼에서는 2027년이면 블록체인 기술로 저장되는 금액이 전 세계 총생산(GDP)의 10%에 달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블록체인·암호통화를 어떻게 제도권으로 받아들이느냐는 우리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컨퍼런스는 대한민국이 블록체인·암호통화 분야의 선도국으로서 관련 제도의 국제적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각국 의회와 유관 정부기관, 중앙은행, 민간 전문가를 중심으로 국민의 의사를 반영해, 블록체인·암호통화 관련 부작용 방지책과 관련 제도 및 기술 협력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컨퍼런스가 대한민국이 블록체인·암호통화의 주도권 국가로 도약하는 모멘텀이 되기를 바란다.

 

정병국 국회의원(국회 블록체인·암호통화 글로벌 이니셔티브 외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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