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이번 대한항공 사건과 관련하여 정부도 손 놓고 있지 않아, 관세청, 국토부, 공정위, 국세청, 검찰과 경찰 등이 전 방위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한진그룹의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이번 사건은 대기업 재벌 그룹들과 관계되며, 다른 대기업 재벌들에게도 직ㆍ간접적으로 그 여파가 미칠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우리나라는 과거 60~70년대 전후 경제개발 시대에 자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에 의해 ‘대기업 주도의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 대기업 중심 경제에서 대기업들은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 기업인 그룹으로 성장했고, 이는 한국식 경제성장 모델로 알려지며 ‘재벌’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게 됐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현대와 삼성그룹 등의 1세대 오너들은 강력한 정부 지원과 ‘기업가정신’을 발휘하여 중소기업에서 거대 대기업 군으로 성장을 일구었다. 이들 대기업들은 우리 경제를 견인하는 등 긍정적 역할을 수행해 현재와 같은 한국 경제의 번영을 이끈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재벌 1세대들은 경영 능력에 관계없이 자신의 자식들에게 오너십을 물려주기 위해 주식회사인 계열사들 간에 순환출자 등의 교묘한 방법으로 재벌 2세가 적은 지분으로도 계열사들을 지배하도록 만들어 주는 과오를 남겼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 경제는 개방화ㆍ세계화되면서 대기업들도 이에 부응하여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 시기에 절묘하게도 대기업 재벌들은 세대교체를 이루게 되었고, 현재 우리나라 대기업 재벌 2세들은 자신의 아버지 대에서 행한 전 근대적이고, 왕조 체제에서 볼 듯한 ‘세습 경영’을 답습하고 있다. 경영 능력 여부를 떠나 자신의 자식들인 3세들에게 자신의 기업을 물려주려 하고 있다.
또, 대한항공 등 우리나라 대기업들에서 벌어지는 매우 비극적인 장면은 대기업 재벌 2세들은 기업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자신은 ‘왕’이 됐고, 이들의 자식들인 3세들은 ‘왕자’와 ‘왕녀’가 되도록 방치하였다. 이러한 구조하에 이들은 직원들을 단지 하인처럼 다루었다. 대한항공 사례가 그랬고, 대한항공 직원들은 이에 격분하여 최근 경영진을 바꾸려는 촛불 집회까지 열고 있다. 이러한 사태가 벌어지게 된 배경에 대해 현 경영진은 스스로 지덕(智德)과 능력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자문해 보고 반추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대한항공은 ‘주식회사’라는 점이다. 주식회사는 1주 1표의 의결권을 갖고 ‘주주’가 주인인 경영체다. 대한항공의 현재 주주 구성을 보면, 한진칼 29.96%, 국민연금 11.67%, 우리 사주 3.99%, 조양호 회장 0.01%, 외국인 및 기관, 소액주주 등을 포함한 기타 비중이 54.37%로 기타에 속한 이들이 대주주다.
대한항공을 30% 가까이 지배하는 한진칼의 주주 구성에서 조양호 회장 일가가 28.98%, 국민연금 11.81%, 한국투자신탁운용 7.69%, 기타 51.52%이다. 한진칼도 소액주주 등 기타에 속한 이들의 지분이 높다. 대한항공은 여타 대기업들처럼 순환출자로 조양호 회장 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대한항공이나 한진칼의 실제 대주주는 기타에 속한 소액주주 등이다. 많지 않은 지분으로 조양호 회장 일가는 한진칼 → 대한항공 지배의 고리를 갖고 있는 것이다.
주식회사는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진을 뽑을 수 있는 이사회를 새롭게 구성할 수도 있고, 정관으로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를 선정할 것을 정할 수도 있다. 주식회사의 경우, 경영자가 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주주들에 의해 경영자(경영진)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정섭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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