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육아휴직제도는 저출산 극복의 성공사례라고 꼽히는 유럽에서는 이미 오래전 정착된 제도다. 산모의 심리적 안정과 육아를 돕고, 아버지와 아이의 유대관계 위해 스웨덴, 노르웨이, 독일 등 많은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출산과 육아는 여성 혼자만의 몫이 아니라는 암묵적인 사회적 인식을 기반으로 한다.
우리나라도 2007년부터 남성의 출산휴가를 장려하고, 육아휴직을 나눠 쓰거나 육아휴직 대신 근로시간단축 등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남성육아휴직에 대한 참여율이나 인지도는 저조한 편이다.
‘안양시시설관리공단’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공단은 2011년 여타 공기업보다 선두적으로 남성육아휴직을 시행했다. 시행 첫해부터 2016년까지 남성육아휴직 비율이 전체 육아휴직의 47%를 차지하고 있다.
▲ 안양시시설관리공단 임직원들이 노사화합을 위해 개최한 ‘윷놀이 한마당’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전체 남성육아휴직자의 비율이 12.4%(2016년 기준)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고무적인 수치다. 이는 공단의 ‘가족친화경영’에서 비롯됐다. 일찍이 ‘가족친화경영을 통한 신바람 나는 일터조성과 시민에게 행복 전달’이라는 목표를 바탕으로 일·가정 양립문화를 조성해 왔다.
특히 현실적이고, 체계적인 가족친화제도를 위해 가족친화 컨설팅과 가족친화담당인력을 배치해 운영하고 있다. 가족친화담당자는 직원들이 원하는 제도가 무엇인지 조사하는 가족친화컨설팅을 바탕으로 가족친화와 관련된 법규정을 모니터링해 가족친화제도에 반영한다. 반영된 가족친화제도는 사내 홈페이지에 공지해 전직원이 열람하도록 한다.
신규직원 채용 시에는 가족친화제도에 대한 현황, 활용방법 등을 설명하는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2013년부터는 직원들의 출산과 육아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유연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탄력적시간제, 시차출퇴근제, 시간제근무 등 상황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아울러 정시 퇴근문화를 주도하고, 2012년 1월부터 매주 수요일 회의, 회식, 야근이 없는 ‘가족사랑의 날’을 도입했다. 또 사내 수유실, 여성휴게실, 여직원회 등의 운영으로 여직원들의 고충해소에 앞장 서, 2014년 국제기구인 유니세프(Unicef)로부터 ‘엄마에게 친근한 일터’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같은 가족친화경영은 자연스럽게 조직의 소통과 화합으로 이어졌고, 직원들의 만족도 점수는 2012년 68.9%에서 2016년 82%로 13.1% 증가했다. 여기에 사업수입과 시설물 이용인원 증가는 물론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최고등급, 경영혁신 우수기관 선정, 일하기 좋은 기업 선정, 국민권익위 청렴도 측정 1위, 사업장 무재해 최초·최장기간 달성 등 각종 성과를 기록할 수 있었다.
▲ 안양시시설관리공단 임직원들이 노사화합을 위해 등반대회를 진행, 정상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2년 육아휴직을 썼다는 최창호 전략기획부 대리는 “공단에는 남성들의 육아휴직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고히 자리잡혔다”면서 “육아휴직을 썼던 시간을 돌이켜 보면, 우리 가족을 위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회상했다.
이어 “주변 지인들도 이제는 ‘쓰고 싶은데, 눈치가 보인다’고들 이야기 한다”면서 “요즘에는 맞벌이 아닌 집이 없다. 가족친화제도가 더욱 많은 곳으로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영일 이사장은 “안양시를 비롯해 공단 임직원 모두가 저출산 문제에 대한 심각성에 공감하고 있다”면서 “이런 공감대가 가족친화제도의 확산과 정착에 큰 힘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가족친화제도 도입 이후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니, 업무 효율성도 올랐다. 서로 신뢰하고 노사가 화합·협력하게 됐다”며 “올해도 몇가지 가족친화제도를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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