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 위기를 낭비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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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산음료, 생수, 차(茶), 그리고 스포츠음료 사업영역에서 총 500여 개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고, 이 중에서 연간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브랜드를 20여 개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코카콜라, 정확히 표현하면 코카콜라 컴퍼니다. 

이 기업은 1886년 창업 이후 120여 년 동안 글로벌 패권을 이어가고 있고, 현재 브랜드 가치는 무려 815억 달러(한화 약 87조 원)에 이르고 있다. 또한, 몇 해 전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서 코카콜라 컴퍼니는 4위에 올랐다.

 

이처럼 코카콜라가 100년이 넘는 긴 세월동안 글로벌 패권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위기를 극복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기 극복의 중심에는 무타 켄트 코카콜라 회장이 강조한 “우리는 위기를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We will not waste our crisis)”라는 경영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

 

코카콜라는 위기가 빨리 지나가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위기를 통해 기존의 제도와 시스템을 정비하고, 세월의 부산물인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기회로 삼는다. 결국, 코카콜라의 성공 신화는 품질이나 마케팅이 아니다. 바로 위기에 대응하는 혁신적인 자세에 있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 예상은 했지만 그것이 현실로 나타나니 참담하고 안타까운 심정이다. 지난 총선과 대선 패배의 책임을 통감하고 나름대로의 변화와 혁신을 도모했지만, 국민의 눈높이에는 지난 날과 비교해 ‘오십보백보’로 밖에 보이지 않은 것이다.

 

이제 자유한국당에는 물러설 곳이 없다. 그냥 앉아서 요행을 바랄 것이 아니라 위기를 직시하고 생존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 또한, 보수의 가치와 이념을 가지고 치열한 정치혁신을 이뤄내야 한다. 그럼으로써 ‘낡은 보수’를 깨고 ‘새로운 보수’로 다시 태어나게 해야 한다.

19세기 중반 변화를 거부했던 영국 보수당은 30년 가까이 선거에서 연패하며 절망의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시대정신을 잘 파악하고 변화를 수용해야 할 때 적절히 수용함으로써 200년이 지난 지금도 국민의 신뢰를 받으며 정권을 유지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 정치도 지역주의를 완전히 벗어나 이념과 정책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지역주의는 문화적 일체감을 공유한 지역공동체에 대한 충성심이기도 하지만, 자기 지역에 대한 긍정성이나 귀속감에 의한 것이 아니라 특정 지역 출신에 대한 배타적 거리감을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20대 총선과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역주의가 무너지는 전조가 보이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좌우의 한쪽 날개가 꺾여 한쪽으로 기울어가고 있지만, 지금 자유한국당은 균형을 잡을 기력조차 사실 없다. 하지만 언제까지 두고 볼 수는 없다. 좌우의 균형을 통해 올바른 길을 가기 위해서는 보수가 살아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같은 신념을 가진 보수의 통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록 선거는 졌지만 보수당이 진 것이지 보수의 이념이 패배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보수당의 대통합을 바탕으로 기존의 제도와 관습을 무조건 고수하는 집단이 아니라, 변화의 방법과 속도를 진지하게 고민함으로써 실용성을 추구하는 집단이라는 것을 실천으로 증명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의 신뢰를 조금씩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위기에 대응하는 코카콜라의 자세, 그리고 변화를 수용함으로써 진화를 거듭하는 영국보수당의 모습은 새롭게 태어나야 할 자유한국당의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위기를 위기로 여기지 않으면 더 큰 위기를 초래하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위기를 낭비하지 말자’라는 무타 켄트 코카콜라 회장의 신념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윤상현 국회의원(자유한국당·인천 남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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