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 남·북·미 정상이 결단한 평화의 길을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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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만남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었고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는 장면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전쟁 이후 70년 가까이 극심한 대립 속에 최근까지 욕설에 가까운 비난을 서로 퍼부으며 전쟁위기까지 겪었던 양국이 아니었나. 이를 의식해서인지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많은 이들이 이번 회담을 공상과학 영화로 생각할 것”이라는 말을 건넸다.

 

하지만 국가 정상 간 만남은 큰 힘을 가진 현실이다. 실제 이번 만남으로 미 국민이 크게 변했다. 오랜 기간 북한에 대해 ‘믿을 수 없는 악의 집단’으로만 여겼던 미 국민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겠다는 의사표명만으로도 지난 3월 CNN의 여론조사에서 62%가 둘의 만남을 긍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실제로 만남이 이뤄진 6월12일과 다음 날인 13일 이틀간 이뤄진 CNN 여론조사에서는 무려 미 국민 71%가 북미정상 만남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러한 미 국민의 변화를 이벤트 효과로만 치부할 순 없다. 이는 미 국민의 역사적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미-중 관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던 1972년 미-중 정상회담, 결국 전쟁으로 치달을 것 같았던 동서 냉전의 종식을 이끌어낸 1986년 미-소 정상회담을 통해서 국가 정상 간 만남이 가지는 상징성과 역사성을 체험한 바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앞선 중국과 소련과의 정상회담보다 더 강한 유대와 신뢰를 보이는 북미 정상을 보면서 미 국민은 북핵문제가 외교적으로 잘 해결될 것이라는 강한 예감을 한 듯하다. 이처럼 오랜 적대관계에 있었던 두 정상이 만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북미정상회담은 온갖 비판을 누르고도 남을 만큼 성과가 큰 성공한 회담이다.

 

물론 앞으로의 협상 과정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과정이 결코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북한의 입장에서는 유일한 협상 카드를 버려야 한다는 점에서, 또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은 믿지 못할 존재라는 인식과 손해만 보는 장사라는 국내외 여론을 이겨내야 한다는 점에서 조그마한 불신이 판 자체를 뿌리째 흔드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종전의 핵협상 실패들도 이 같은 위험을 끝내 극복하지 못한 데 있다.

 

완전한 비핵화는 공식을 잘 세워서 그대로 지키면 풀리는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여러 국가와 다양한 국내 주체들이 서로의 입장과 이익을 가지고 복잡하게 얽혀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고차원 방정식이다. 그래서 최종의사결정자 즉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얼마나 강한 신뢰가 형성되고 또 그 신뢰가 끝까지 잘 유지될 수 있느냐에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여기에 문재인 정부의 역할이 있다. 여기까지 북미가 올 수 있었던 것도 불신으로 점철돼 있던 북미 사이를 이어주고 양국 정상의 속내와 진심을 문재인 정부가 정확하게 확인시켜 준 덕분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사드배치, 한미분담금 문제 등 민감한 사안도 긴밀한 한미관계를 구축하며 슬기롭게 해결해 냈다. 이렇게 한미관계를 공고히 구축한 덕분에 북한과 미국을 연결해 줄 수 있었고 일괄타결이 아닌 단계적 해법이라는 가이드라인을 미국이 수용하게 하는 중재 역할도 성공적으로 해냈다. 이제 겨우 물꼬를 틔웠을 뿐이다.

 

앞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여정에는 온갖 방해물이 등장할 것이다. 늘 긴장하고 경계할 수밖에 없는 북미 양국을 안심시키며 부드럽게 이어주고 한반도 내에 거스를 수 없는 평화의 현실을 북한과 하나하나 실현해 가는 일 역시 문재인 정부만이 할 수 있다. 이렇게 하루하루 남북미 정상이 온갖 편견과 방해를 뚫으며 평화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이보다 영화 같은 현실이 또 있을까. 해피엔딩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남북미 정상을 전심을 다해 응원한다.

 

윤후덕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파주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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