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128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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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회 지역구 의석 수는 총 129석이다. 지난 6ㆍ13 지방선거 결과, 이재명 도지사를 당선시킨 민주당에서는 128명이 지역구 도의원에 당선된 반면,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단 1명만 당선하는 데 그쳐, 집권여당의 전례없는 압승으로 끝났다.

 

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 여파로 여당의 승리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지만, 이 정도 압도적인 우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측은 드물었다. 아마 투표 결과를 받아본 유권자의 상당수도 깜짝 놀랐을 것이다. 이런 결과는 승리한 여당과 참패한 야당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에 새로운 고민과 숙제를 던져주었다고 생각한다.

 

우선 야당은 왜 이렇게까지 참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앞으로 정당으로 존립은 할 수 있을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참패한 원인은 무엇보다 최순실 사건에 이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맞아 단 한 사람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는 데 있다.

 

탄핵 과정에서 사실관계나 법리관계에 문제가 있다며 탄핵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일부 분위기가 있지만, 국민 대다수의 인식과는 큰 괴리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정치는 누가 뭐라고 해도 결과책임이다. 평소 절대권력 옆에서 호가호위하면서 갖은 특권을 누리다가, 막상 책임질 사태에 직면해서는 납작 엎드리기만 하는 뻔뻔함에 유권자들이 심판의 채찍을 든 것이 이번 선거의 본질이라 할 것이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면, 앞으로 국민들이 깜짝 놀랄 정도의 인적쇄신과 가치쇄신을 하지 않으면 두 번 다시 국민의 지지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젊고 유능한 사람을 발탁하고 키워가기는커녕, 아버지 때 심복들을 등용하여 우리 사회를 노쇠하게 만든 잘못을 뜯어고쳐야 한다. 또 보수의 진정한 가치인 ‘공동체와 자유’를 지키지 아니하고, 계파의 이익과 특권만을 지키려 한 잘못도 깊이 반성해야 한다. 자유시장경제를 원칙으로 하되 ‘포용적 성장’으로 균형을 맞춰야 하고, 안보보수를 넘어 남북분단 해소라는 근본적인 해결책에도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압승을 거둔 여당도 자만해서는 안 된다. 기업이 떠나가든, 일자리가 없어지든, 재정이 고갈되든, 대형사고가 발생하든, 이제 집권 여당은 모든 책임을 혼자 걸머져야 한다. 집행부와 의회를 모두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그 흔한 “야당이 발목을 잡아서”라는 핑계는 성립되지 않는다. 행정부와 의회 간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가 성립되지 않을 정도로 여당에 몰표를 준 유권자들은 그러나 4년 뒤에는 냉정하게 결과책임을 물을 것이다.

 

여야를 떠나 경기도에 던져진 가장 큰 숙제는 ‘투표의 등가성’ 문제다. 도의원 지역구 투표에서 단 1명만 당선된 야당이 약 600만표의 유효투표 중 180만표 이상을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30%의 지지를 받은 정당이 38석이 아니라 단 1석에 그친 것은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비례대표를 포함하더라도 여당 135석, 제1야당 4석에 그치고 있어, 표의 등가성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여야 정치권이 자신의 이해득실을 떠나 유권자의 표심이 의석수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바꾸어야 한다. 중대선거구제 도입이나 정당명부제 전환 등 정치개혁이 시급한 이유다.

 

박수영 아주대 교수ㆍ前 경기도 행정1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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