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은 치솟지만 고용은 제자리걸음이거나 떨어지는, 생산성과 고용의 관계가 단절되는 작금의 현상을 경제학자 제라드 번스타인은 ‘뱀의 입(The Jaws of the Snake)’이라 불렀다. 이와 같이 과거와는 다른 경제 환경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생산보다는 소비, 소득에 더 큰 비중을 두고 고민하고 있으며,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두고 ‘백가쟁명(百家爭鳴)’식 해법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시장만능의 극명한 한계와 많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장주의자는 새로운 대안을 내놓기보다는 소득주도성장은 경제학 원론과 정반대인 검증되지 않은 가설(假說)이라는 비판만을 하고 있다. 실질임금을 깎고 복지혜택도 축소해야 할 시점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기업투자를 유도하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소득주도성장론이 고용위기의 주범이라며 연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그들의 주장과는 다르게 지금 경제의 문제는 ‘고용 없는 성장’에서 시작되었다. 과거의 정부는 기업의 경제성장이 사회 전체의 소득을 증가시키는 낙수효과를 기대했지만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둔 정부는 없다.
고용을 늘리지 않는 이유로 기술의 발전과 산업구조의 변화를 주요 원인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사내유보금은 쌓아두면서 투자나 고용을 늘리지 않는 이유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삼성전기의 경우 이익이 1천155% 올랐는데도 고용은 고작 30명 늘렸다. 기업들은 ‘고용 없는 성장’보다 ‘성장 없는 고용’이 훨씬 위험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실적이 늘었다고 고용도 늘리면 지금과 같은 기업의 효율성을 갖출 수 없었을 것이라며, 고용 없는 성장을 옹호하기도 한다.
지금의 고용 악화는 성장의 열매를 독식하려는 탐욕과 시장구조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비판이 우세하다. 인간의 자기를 위한 이익 추구가 어떤 제도적 조건과 결합해 사회적 해악을 초래할 수 있다는 아담 스미스의 우려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 낙수효과와는 반대의 방식, 분수효과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기업, 중소기업, 영세업의 상생을 위한 불공정한 시장구조의 개선, 임금노동자 사이의 분배와 자본과 자본 간의 분배 등을 통한 소득격차 해소, 저소득층의 재분배 정책의 강화와 조세제도의 개선이 경제를 활성화하고 안정화 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인구구조의 변화, 혁명적 기술의 발전, 사업구조의 고도화 등에 따른 새롭고 창의적이 해법이 필요하다. 더 이상 과거의 이론과 방식으로는 해결 불가능한 시대다. 싫든 좋든 가보지 않은 길을 나서야 하는 시점이다. 과거 경제학을 주름잡았던 이론은 이미 200년 가까이 충분한 기회를 보장받았다. 더 이상 정답은 아니라는 사회적 평가도 끝났다.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미래는 유연한 사고로 다양한 이론이 보장받아야 한다.
소득주도성장론을 비판하는 시장만능주의자들에게 부탁해보자. 흘러간 유행가인 시장만능주의를 고장 난 축음기에서 내는 소음처럼 떠들어대지 말고 거대한 전환시대에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찬찬히 생각해보자고. 소득주도성장론에 기회를 줘 볼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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