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경기도의회 ‘공약관리 TF팀’ 기대와 우려

▲ 오현순
▲ 오현순

경기도의회가 ‘공약관리 TF팀’을 발족했다. TF팀은 앞으로 지방의원들의 공약이 더 이상 빌 공(空)자 공약이 되지 않게 경기도의원들이 지난 선거에서 제시한 약 4천200개의 공약에 대한 이행 로드맵을 만들고, 주기적으로 공약 추진실태 점검을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거 공약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다, 공약 내용이 입법부 역할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 때문에 활동에 제약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의 민주주의는 국민이 대표를 선출하여 국민의 뜻에 따라 권한을 행사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그래서 선거공약은 고용계약서, 공약실천계획은 사용설명서에 빗대어 표현하기도 한다. 지방의원은 감시기관으로서 지위, 조례 제정 등 입법권, 자치단체의 전반적인 정책과 예결산 심의, 결정 권한을 갖는다. 다시 말해 지방의원의 공약은 집행부의 감시 및 입법내용이 중심 내용이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대선과 총선은 물론 지방선거에서 제시되었던 약 8만2천개의 선거공약을 전수 조사하여 기록하고 이행률을 분석,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지방의원을 대상으로 하는 공약이행 평가는 실시하지 않고, ‘매니페스토 약속대상’을 통해 우수 입법사례를 발굴하여 확산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공약이행 평가를 실시하지 않는 이유는 공약수가 많아 시간적 물리적으로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의도적으로 평가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왜 공약이행 평가를 하지 않고 있을까. 그 이유는 지방의원들의 공약 내용에 있다. 지방의원들의 선거공약에는 지방의원의 역할과 권한에 걸 맞는 내용을 찾을 수 없다. 국민으로부터 어떤 역할과 권한을 위임받았는지조차 모르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로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 개발 중심의 공약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세탁기가 필요해서 세탁기를 구입했는데, 사용설명서에 청소기 사용법만 빼곡히 적혀있을 때 황당한 느낌이랄까, 어찌해야 좋을지 판단이 서지 않아 난감할 따름이다.

매니페스토본부는 지난 6ㆍ13 지방선거에서 지방의원 후보자 대상으로 입법 공약 제시 촉구와 국가사업 또는 지자체 사업 구분, 국책사업인 경우 사업에 필요한 재정 규모 표기 등을 요구하는 입법 공약 캠페인을 벌였다. 하지만 경기도의회 의원들의 참여는 실망스럽게도 소극적이었다. 여전히 입법부와는 거리가 먼 상당한 재정이 필요한 유치, 조성, 건립 등 토건 공약을 앞 다투어 제시하였고, 거기에 필요한 재정을 추계하여 제시한 의원은 거의 없었다. 지난 임기, 어느 지방의원의 선거공약을 분석한 결과 대략 10조 원이 필요했다. 가장 많이 놀란 사람은 아이러니하게 그 약속을 제시했던 당사자였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의원들의 공약을 이행하라고 압박해야 옳을까, 그만두라고 말려야 할까. 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공약이행 평가를 적극적으로 못하는 이유, 경기도의회 ‘공약관리 TF팀’ 발족을 보며 찹찹한 마음이 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제안한다. ‘공약관리 TF팀’ 은 공약이행을 위해 필요한 입법내용과 재정에 대한 현황부터 우선 홈페이지에 공개하여 도민들의 판단을 들어봤으면 한다. 지방자치의 꽃인 입법부로서의 첫발을 조심스럽게 내딛어 보자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기본에 충실하면서 말이다. 경기도의회 ‘공약관리 TF팀’ 구성은 전국 광역의회 가운데 최초이다. 유명무실이 아닌 명실상부한 모범적 운영으로 의회 민주주의의 역사에 진전된 족적을 남기길 바란다. 

오현순 

매니페스토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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