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기업이 만드는 일자리가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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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동네를 걷다 보면 상가와 건물에 ‘임대문의’라고 쓰인 곳을 많이 볼 수 있다. 우리 동네만의 문제일까 싶어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수도권 여기저기에서 비슷한 현상인 것 같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취임 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는데 이와 관련이 없지 않을 것이다.

 

최저임금인상, 주52시간 근로시간 도입 등으로 인한 고용비용의 증가, 청년실업, 부동산 가격 폭등과 같은 이슈들이 민심을 돌아서게 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국정에 있어서 정치, 사회, 외교, 국방 등 중요하지 않은 분야가 없지만 국민의 삶과 가장 밀접한 ‘먹고사는 문제’에 직면하면 모든 이들이 예민해진다.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을 통해 균형적 사회발전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고 있으나 전자에 가려 후자는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국내 고용지표와 설비·건설 투자지표는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반면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는 늘어난다고 한다. 기업의 투자가 위축된다는 것은 곧 신규고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보다 노동시간은 짧고 임금수준이 높은데도 경제호황을 누리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 있다. 히든챔피언의 나라 독일은 1인당 노동시간이 연평균 1천363시간이며 1년에 6주의 휴가를 보장한다. OECD 회원국 중 가장 적게 일하고 휴가는 가장 긴 나라이다. 최근에는 많은 난민을 받아들여 사회적 충격과 재정부담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인구 8천300만명의 독일 실업률은 3.5%(2018년 2월 기준)라고 하니 부럽기 그지없다.

독일은 시장경쟁력이 높은 기업들이 만드는 일자리가 많다. 독일 전체 노동자 수의 약 81%(2천200만명)의 일자리를 기업에서 담당한다. 이 가운데 57.6%(1천550만명)의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경영환경이 좋은 대기업과 중기업에서 책임지고 있다. 소기업 종사자와 소상공인은 각각 640만명(23.4%), 510만명(18.9%)으로 전체 종사자 수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반면에 우리나라 기업이 만드는 일자리는 전체 종사자 수 대비 63.8%(약 1천만명)이며, 이 가운데 대기업과 중기업이 만드는 일자리는 16.7%(280만명)에 불과하다. 전체 고용의 47.1%에 해당하는 약 800만명이 열악한 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은 소상공인이 전체 고용의 36.2%(600만명)를 담당하고 있고 이 비중은 독일보다 두 배나 높은 수치이다. 주로 내수시장에 의존하는 소상공인이 많을수록 제살 깎아먹기 경쟁과 창업·폐업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지금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동네골목상권에 목메는 자영업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일자리는 시장경쟁력이 강한 기업이 만든다. 특히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기업들이 끊임없는 기술혁신으로 세월이 가도 계속 사랑받는 제품을 만들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들이 거침없이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혁신을 지원하고 장애물을 걷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지속적으로 미래 성장산업을 발굴하고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시장에 ‘적극적 신호’를 보내야 한다. 그래야 기업하기 좋은 나라(지역)로 혁신적 기업들이 몰려오고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이연희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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