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지방분권은 꿈같은 이야기?

이연희
이연희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거주한다. 이에 따라 초·중·고등학교는 물론이고 대학과 기업들도 다수 집적돼 있다. 인구규모에 따라 비례하는 각종 서비스업(각종 학원, 보건, 의료, 병원, 금융, 문화, 도소매업 등)도 당연히 공존한다. 사람은 모이고 공간은 한정적이므로 공급과 수요의 법칙에 따라 집값, 사무실 임대료와 같은 부동산 가격은 상승하고 생활비도 타 지역에 비해 비싼 것이 사실이다. 수도권에 집적돼 있는 인구가 전국적으로 분산되지 않는 한 이러한 현상은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 놓아도 해결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로 국가균형발전정책을 추진한 지난 15여 년간 수도권 인구의 지역분산은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다.

지난 2017년 10월, 문재인 정부는 ‘연방제에 버금가는 지방분권을 실현하겠다’며 자치분권 로드맵(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계획(안)에는 중앙·지방사무 구분기준 정립, 자치분권 사전협의체 신설, 지방소비세·지방소득세 확대, 지방교부세 역할 강화 및 제도개선, 지방재정제도 자율성 제고, 주민투표제도 활성화 등 다수의 세부과제 추진 일정이 들어있다. 어떤 과제는 작년에 이미 완료됐어야 하고 또 다수의 과제는 2018년까지 완료할 계획이었다.

2018년 10월, 어언 1년의 세월이 지났다. 대통령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를 설치한 것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계획대비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체감되는 것도, 알려진 바도 거의 없다. 

지난 10월 22일,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주관으로 17개 시·도 광역의원들이 국회에 모여 자치분권 및 지방의회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800여 명이 모였다고 하니 거의 모든 광역시도의원들이 참여한 것 같다. 

이 자리에서 송한준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장(경기도의회 의장)이 “자치분권이 국가 균형발전을 해결하는 정답이다”라고 강조했는데 이는 지방분권만이 정치, 경제, 인구 등에 있어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결하고 지방을 발전시키는 열쇠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수도권 집중현상이 심하지 않은 나라들은 대부분 지방분권이 잘 구현된 나라들이다.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의 나라에서는 다수의 도시를 중심으로 경제와 산업이 발달하고 인구가 고루 분포돼 있다. 서울에서처럼 뉴욕, 파리, 런던, 베를린과 같은 대도시에서도 집값의 상승은 어쩔 수 없으나 한 나라의 모든 기능이 대한민국 서울처럼 집중돼 있지는 않다. 우리나라도 이들과 같이 보다 강력한 지방분권을 통해 지방정부가 자치 입법권과 행정권, 그리고 자치 재정권을 갖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 본다.

‘지방의회가 지역경제와 혁신에 관한 사무를 고유사무로 명시한 자치기본법을 제정하고 이를 근거로 지자체가 자유로운 행정을 통해 우리 지역에 맞는 경제발전계획을 수립하고 통 크게 산업을 육성한다. 해당 산업과 관련성이 높은 국공립출연연구소가 그 지역으로 이전하고 공공R&D가 수행되며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든다. 지역 내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수도권 대학 졸업생들도 전공에 따라 지역산업현장에서 일자리를 얻는다. 

이렇게 일자리를 따라 인구가 이동하고 지자체가 중심이 돼 지역경제와 혁신을 주도한다.’ 꿈같은 이야기이다. 혹시 정부도 국회도 지자체도 자치분권을 원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이연희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수석연구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