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공동체 시스템은 인류에게 선인가 악인가

공동체에 대한 단상 하나, 인류는 어떻게 지구를 지배할 수 있었을까?

4만 년 전, 지구라는 무대에 출현한 인류의 미래는 어두웠다. 인류는 신체적으로 다른 생명체보다 한없이 약했고, 이미 존재하고 있던 생명체는 포식자이거나 경쟁자였다. 모든 시련을 이겨낸 인류는 수많은 생명체를 밀어내고 무대 위 주연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처음에는 단순한 욕구였을 것이다. 그러나 생존에 있어 개개인은 너무나 약했다. 생존을 위해 인류는 무리를 지었고, 공동체를 유지하고자 모든 자원을 골고루 분배했다. 너무나 약했기 때문에 무리를 지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선택으로 다른 생명체들을 압도해 나가기 시작했으며 마침내 생존에 성공했다.

공동체에 대한 단상 둘, 공생관계의 인류는 왜 서로 경쟁하게 되었는가.

생존에 성공한 인류는 서로 다른 공동체와 경쟁을 시작한다. 과거 인류를 생존으로 이끌었던 공동체 시스템이 유한한 자원이라는 장애물에 부딪히며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인류의 욕심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자신이 생존에 필요한 정도의 자원보다 더 많은 자원을 원했고 그 욕심을 채우기 위한 전쟁의 역사가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더 무서운 사실은 그 경쟁이 점점 더 작은 공동체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공동체에 대한 단상 셋, 인류는 왜 기부하는가.

그러나 아직도 인류는 존재한다. 앞으로도 더 존재할 것이라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그리고 필자는 생존의 열쇠를 또다시 공동체 시스템에 주고 싶다. 수많은 결점에도 공동체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은 직접 경험한 하나의 사례에서 기인한다.

땡볕이 내리쬐던 지난여름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에서는 어려운 환경에 놓인 2천200명의 여성 청소년들에게 여성용품 6개월분을 제작해 전달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물품이 어떻게 마련됐는 지다. 이 물품은 헌혈자들이 기부한 헌혈 기부권으로 산 물품인데, 헌혈자들이 생명을 나눈 것만으로도 모자라서 본인이 받게 될 보상까지 기부함으로써 마련할 수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놀라운데 또래 RCY 친구들이 예쁘게 포장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자처했다.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찾아와 반나절 넘게 봉사하며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공동체 시스템은 운영하는 사람의 가치를 담아내는 거울이다.

인류가 발전하는 동안 공동체 시스템도 함께 진보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공동체 시스템 그 자체가 해악이었던 적은 없었다고 자신할 수 있다. 다만 누군가의 욕심이 과해지는 순간 공동체 시스템의 변질이 시작되었고 생존 확률이 극적으로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했음을 유구한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그래서 인류는 공동체 시스템을 잘 사용하는 방법, 다시 말해 생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받는 것이다.

사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모든 인간이 정말 인간답게 살기 원한다면 각자 욕심을 조금은 내려놓으면 된다. 내가 어려운 위치에 놓여 있다고 생각했을 때 주변의 시선이 차갑다면 굳이 공동체 생활을 할 필요가 없다. 인류가 공동체 생활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이 정말 인간답게 사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본인도 그것을 꿈꾼다면 우리의 이웃도 꿈꿀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바란다.

이경호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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