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이재복 ㈔경기다문화사랑연합 이사장

“도내 다문화人 60만 시대… 안정적 한국 정착 아낌없는 지원”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의 다문화인은 210만 명을 헤아린다. 경기도에만 60만 명에 육박하는 다문화인이 거주하고 있다. 한 다리만 건너도 ‘중국 새댁’이나 ‘베트남 며느리’ 등과 마주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는 다문화 가족들에 대한 수많은 차별과 사회적 편견으로 가득하다. 여기 이러한 외국인 및 다문화 가정들의 편견 개선과 안정적이고 빠른 한국사회 정착 및 생활기반 확충, 열린 다문화 사회를 만들어가고자 설립된 비영리 단체가 있다. 바로 ‘㈔경기다문화사랑연합’이다.

올해 4월 취임한 이재복 ㈔경기다문화사랑연합 이사장은 다문화 역사는 거스를 수 없는, 인정해야만 하는 오랜 역사라고 설명한다.

그는 그렇게 오랜 역사 속에 함께해온 다문화 가정이 이제는 우리 사회의 일원이라는 공감대를 확산하고 세상에 당당한 인재로 활약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원대학교 미술대 조형예술학부 교수이자 수원 중ㆍ고등학교 총동문회장, ㈔경기아트페어 이사장, 법무부법사랑 위원 팔달지구회장, 수원당구연맹 회장 등을 역임하며 왕성한 활동으로 사회의 중역을 담당하고 있는 그에게 우리 사회 속 다문화에 대해 들어봤다.

Q 경기다문화사랑연합에 대해 소개해 달라.

A 경기다문화사랑연합은 지난 2010년 설립돼 경기도 각 시ㆍ군에 21개 지회를 두고 있다. 연합은 인종ㆍ문화적 편견에 따른 정체성 혼란, 가정폭력, 경제적인 빈곤, 자녀양육문제 등에 직면하고 있는 다문화 가정의 안정적인 정착과 기반 확충으로 열린 다문화 세계를 이루겠다며 출범했다. 이에 교육, 문화, 봉사, 체험, 복지 등 다문화 가정의 빠른 한국생활 정착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Q 다문화 가정은 일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A 대부분 다문화 가정의 생성 배경은 한국 남자들과 외국 여자들이 결혼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사회 활동이 어려운 한국 남성들과 혼인하는 외국인 여성들이 한국에 오자마자 불행한 출발이 대부분이었다. 능력이 부족한 한국남자들 탓에 제대로 된 한국말 교육도 받지 못한 채 핍박받고, 배고픔과 싸우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2세들도 이러한 불안한 가정 속에서 사랑받지 못하고 자라게 되는 문제점에 노출됐다. 법무부법사랑 위원 팔달지구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수원보호관찰소를 가보면 이러한 다문화 청소년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다문화 가정의 문제에 여자들의 중심이 많았다면 이곳은 청소년 문제가 주된 초점이다. 다문화 여성과 청소년 모두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Q 다문화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는.

A 한국인과 혼인한 여성들은 한국어를 배울 기회조차 없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아이들은 쉽게 탈선하게 된다. 근본적인 문제를 국가가 너무 외면해 왔다. 힘들게 사는 것을 아무도 관찰하지 않았다. 그들은 언어도, 경제적 능력도 부족할 뿐 아무 잘못이 없다. 게다가 아이들은 외형적 특성 때문에 왕따를 당하고 아웃사이더로 살아간다. 말 그대로 소외된 이들이다. 경기다문화사랑연합은 그들과 같이 호흡하고 도움을 주기 위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먼저 멘토링 활동, 성품 교육, 다문화리더 코칭 교육, 남편세미나, 외국인유권자 선거 교육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 쉽도록 꼭 필요한 정보만을 전수하는 것이다. 또한, 한국역사체험, 한국농촌마을체험 등 각종 체험활동과 체육대회, 바자회를 통한 문화활동으로 다문화인들의 사회성을 증진시킨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경제적 독립’이다.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기술을 가르치고 일자리를 주는 것이다. 좋은 예로 SKC 수원공장 내 구내매점의 커피점에 베트남 여성이 일하고 있다. 기업에서 다문화 사람들에게 조그마한 일자리를 주는 것이 바로 그들을 배려하는 것이고, 도와주는 것이며 상생하는 것이다.

Q 다문화인들에 편견을 가진 이들이 많다.

A 얼마 전 수원시 상인연합회와 회의를 열었는데 수원의 많은 전통시장 매출에 30%를 다문화 손님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은 대형마트를 가는데, 다문화 가정에 있는 사람들은 값도 싸고, 깎아주는 문화가 전통시장 정서에 맞는 것이다. 현재 수원 매산초등학교 학생들의 30%가 다문화 가정의 2세다. 수원시 지역만 해도 다문화 사람들을 인정해줘야 할 시기가 왔다. 시내만 나가도 중국간판이 즐비한 만큼 이들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경기도에만 60만 명, 수원시에 5만 2천 명, 인근 안산시, 시흥시, 오산시 등 이미 다문화인들은 우리 삶의 생각보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한국사람들의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고 다문화 가정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인적자원이 부족해지면서 외국인들이 그 자리에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들은 한국에 끊임없이 들어오게 돼 있다. 이처럼 다문화 환경은 필연적으로 늘어나는데, 이것을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배척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다문화가정의 편견과 차별을 멈추고 그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다문화인들을 그대로 내버려둔다면 나중에 그들을 치유하기 위한 큰 비용이 들 것이다. 그런 비용들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조금씩 그들을 끌어들이도록 다각도로 연구해야 한다. 다문화 가정 지원에 대한 모범케이스가 있다면 바로 캐나다를 꼽을 수 있다. 모든 인종을 인정해주는 캐나다는 외국인들에게 영어를 충분히 가르쳐 주는 것은 물론 그 나라 말을 그대로 쓰게 해준다. 우리나라도 캐나다를 본보기로 삼아 이들에 대한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

먼저 다문화인들을 위한 전문교육기관을 만들어야 하고, 직업시스템을 구축해 경제적 문제도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한, 폭력으로 쫓겨난 여성들이 갈 곳이 없는 여성들을 보호해 줄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국민과 같은 보호를 받게 해줘야 한다.

Q 문화예술로 다문화인과 하나가 되겠다고 했다.

A 다문화 가정이 우리 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더불어 살려면 문화예술만큼 좋은 촉매제가 없다고 본다. 명심해야 할 것 중 하나가 선을 그어 놓고 단순히 선물만 주면 안 된다는 점이다. 과거 백인들은 흑인들이 본인들의 세계에 못 들어오게 하는 단순한 지원정책을 펼쳤다. 말 그대로 우민정책이었던 이 정책은 흑인폭동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켰다. 만약 백인들이 더불어 살아갈 정책을 펼쳤다면 사회문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낸 게 바로 문화예술행사다. 그들만의 축제, 예술활동이 아니라 한국인들과 함께 체육대회, 문화행사를 하면서 이질감을 없애고, 자연스럽게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예술은 한국인과 다문화인들을 함께 즐기며 녹일 수 있는 최적의 매개체이다. 얼마 전 수원시상인연합회가 글로벌 명품시장인 지동시장에서 김장 행사를 열었다. 그때 다문화 여성 20명이 같이 참여했다. 글로벌 명품시장이 무엇인가? 말 그대로 전 세계인이 함께하는 시장 아닌가. 이러한 시도를 계속해서 하고 싶다. 가령 경기도 등 여러 지자체와 함께 개최한 음식문화행사에서 다문화인들이 고국의 다양한 음식을 선보인다면 먼 훗날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것이다.

Q 끝으로 앞으로의 포부와 도민들께 한마디 해달라.

A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국내 시장을 떠난 지 오래됐다. 국민도 국제화가 되어야 한다. 독일이 전 세계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일하고 있고, 국민들도 같은 인식을 하고 있다. 이러한 개념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경기다문화사랑연합 이사장을 맡게 되면서 외국인 여성, 청소년들의 어려움을 더욱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국가와 인종, 종교의 벽을 넘어 이제 우리 다문화인들이 세상에서 차별받지 않고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의 다문화 2세들이 저마다 위치에서 무한한 재능을 발휘하며 한국사회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우리의 다문화 활동이 이런 부분에 큰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도민 여러분과 경기도를 비롯한 각 지자체에서도 다문화에 대해 많은 관심 당부 드린다.

권혁준ㆍ김해령기자 / 사진=조태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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