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의 고분에서 발견되는 ‘삼족오’는 세 발 달린 상상의 까마귀다. 태양에 까마귀가 산다는 고대신화는 태양 흑점을 형상화한 결과로 여겨지고 있다. 태양 흑점은 자기장 활동으로 발생하는 소용돌이에서 검게 보이는 부분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해를 신성한 완결체로 간주하던 풍조 때문에 이 검은색 결점에 어떻게든 의미를 부여하려는 시도는 늘 있었다.
태양 흑점은 약 11년 주기로 증감을 반복한다고 알려졌다. 이를 놓치지 않고 침체와 호황을 반복하는 경기변동에 갖다 붙여 ‘태양 흑점설’을 주장한 제번스(William S. Jevons) 같은 경제학자도 있다. 그는 한계효용이론, 일물일가의 법칙 등을 완성한 석학으로서 논리학, 통계학에도 탁월했다. 그래서인지 태양 흑점설은 나름 논거가 탄탄했다. 흑점의 수와 크기가 지구의 기후에 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농업생산량을 비롯한 인류의 생산력에 변화를 가져와 경기변동이 일어난다는 학설이었다.
이후 흑점이 기후나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거나 없다고 밝혀지면서 태양 흑점설은 결국 폐기되었다. 흑점과 경기의 각 주기가 엇비슷하다는 우연을 필연으로 해석하면서 야기된 황당한 오류이다. 두 가지 사건의 발생빈도가 동시에 증감할 때, 우리는 그 둘을 원인과 결과의 관계로 해석하는 잘못을 자주 범한다.
먼저, 허구적 연관성에 유의해야 한다. 증감하는 수치나 패턴만 비슷하지 실제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경우다. 통계상으로는, 니콜라스 케이지가 영화에 많이 출연하는 해에는 수영장에서 익사한 사망자가 유의하게 증가한다. 익사자 수를 줄이고자 니콜라스 케이지의 영화출연을 막는 일은 얼토당토않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는데 까마귀 잡자는 격이다.
둘째, 제3의 영향요인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 1960년대 미국에서 탄산음료를 학교에서 판매금지하는 운동이 전개되었다. 탄산음료 판매량이 늘수록 소아마비 발생률이 증가하는 월별 통계가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탄산음료와 소아마비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다만 기온이 올라가면 탄산음료도 많이 팔리지만, 소아마비 바이러스의 활동도 왕성해진다. 기온이 제3의 영향요인으로서, 탄산음료 판매와 소아마비 발병에 영향을 준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교회가 늘어난 만큼 범죄자 수도 유사한 패턴으로 증가한다. 인구증가라는 제3의 영향요인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인과관계의 역방향을 점검해야 한다. 학업성과에 자신감이 중요하다며 아이들 기를 죽이는 언행을 부모가 삼가도록 강권하던 시절이 있었다. 실제로는 자신감이 성적을 향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성적이 우수할 때 자신감이 높아진다. 더불어 자신감이 아무리 높아도 성실성이 낮은 학생은 좋은 성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밝혀졌다.
세 가지 이슈를 뒤섞어 인과관계가 악의적으로 왜곡되기도 한다. 곤궁했던 IMF 외환위기를 탈출하며 750을 오가던 종합주가지수는 지금 2천을 넘어섰다. 그동안 보수세력의 입에서 경제위기를 내려놓은 적이 없다. 소득주도성장에 날을 세우고 경제망국론으로 대응했던 작년에도 20대 기업은 128조 원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였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한국경제가 몰락한다는 논평은 베낀 듯 천편일률인데, 새해에 최저임금이 작년 대비 44% 인상되는 주가 20개에 이른다는 미국발 소식에는 함구하고 있다.
진정으로 나라를 위한다면 허술한 위기론, 어쭙잖은 망국론은 멈춰야 한다. 경제에 실제 영향이 없음에도, 사람들이 영향이 있다고 믿으면 실제 효과로 이어지는 현상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은 태양 흑점설에 비유, 이를 ‘태양 흑점 효과’라 칭하고 경계한다. 이제 애꿎은 삼족오 사냥은 걷어치우자.
우형록 경기대 융합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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