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김난도 교수가 쓴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보면 인생의 시계를 시간으로 비유했다. 24시간은 1천440분에 해당하는데, 이것을 평균 수명 80년으로 나누면 1년이 18분의 시간이다. 10살이면 3시, 20살이면 6시, 30살이면 9시, 40살이면 12시다. 그래서 20대의 나이가 아침 6시가 되므로 해가 뜨고 희망이 넘치지만 일어나기 어려운 시간, 준비의 시간이라 표현했는지도 모른다. 60세는 저녁 6시로 일몰이 되는 시간이라 은퇴를 준비하고 노년을 준비하는 나이라 한다. 그러면 나는 과연 몇 시에 해당이 되는가.
세계 최고의 부자 가운데 한 명인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국 텍사스주의 깊은 산 속에 500피트(152m) 높이의 거대한 시계를 만들고 있음을 공개했다. 그 시계는 1만 년을 기준으로 움직이는 ‘만년 시계’로 초침이 1년에 한 번 움직이고 분침은 100년마다 움직이고, 1천 년에 한 번 뻐꾸기가 튀어나와 울게 했다. 이 특별한 시계 제작에 4천200만 달러(약 452억 원)를 들여 완성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그는 왜 이런 시계를 제작했을까. 그것은 바로 세상 사람들에게 더 멀리 내다보기 위한 장기적인 사고방식, 곧 삶은 눈 깜짝하는 사이에 지나가는 것이 아닌 긴 시간의 여행이라 좀 더 멀리 보고 존재 의미와 목적을 알라는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는 시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관점이 필요하다. 망원경과 현미경의 용도는 다르다. 망원경 덕분에 멀리 우주를 볼 수 있고, 현미경이 있어 보이지 않는 세포를 보며 중요한 것을 발견한다. 또 어떤 것은 망원경처럼 멀리 봐야 하고 때로는 현미경처럼 가까이 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사업적으로 성공하려면 매크로(넓은) 시장에서 마이크로(좁은) 고객을 봐야 한다. 4차 산업 혁명의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도입되면서 시장 세분화 고객 세분화를 넘어 개별 고객 세분화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 체육 정책도 국가 정책도 우리는 멀리 보고 가까이 봐야만 한다. 달리기를 보면 100m 스프린터의 전략과 마라톤 주자의 전략이 다르다.
육상 100m 신기록 보유자인 우사인 볼트는 사상 첫 올림픽 3연패의 신화를 달성했는데, 198㎝의 큰 키와 체격은 단거리 선수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키가 크면 보폭이 큰 장점이 있지만, 순발력이 떨어지고 공기 저항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이런 약점을 해결하고자 볼트는 장기적으로는 웨이트에 집중해 근육의 밀도를 높여 어깨를 더 강하고 크게 흔들어 속도를 내고, 41번의 걸음 보폭을 넓히는 전략을 구사했다. 순발력을 높이기 위해 스타트 훈련에 60% 이상의 시간을 집중해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했다.
장거리 종목인 마라톤 경기 운영에 3가지의 페이스 전략이 있는데 첫째,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속도로 달리는 ‘이븐 페이스’, 둘째, 전반부보다 후반부를 빨리 달리는 ‘네거티브 페이스’, 셋째, 전반부보다 후반부를 느리게 달리는 ‘포지티브 페이스’가 있다. 대부분의 주자가 포지티브 페이스를 달리는데, 써브스리(3시간 이내 완주)나 싱글 주자들은 ‘이븐 페이스’ 아니면 ‘네거티브 페이스’로 달린다.
달리는 거리에 따라 훈련 방식이나 대처 방식이 다른 것처럼 우리의 삶도 비즈니스도 처해진 상황에 따라 어떤 방식을 적용하느냐가 다르다. 한쪽 눈에는 망원경을, 다른 눈에는 현미경을 가지고 있어야만 보다 의미 있고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 망원경처럼 목표 설정을 멀리 명확하게 하고 그에 따른 훈련을 현미경처럼 세밀하게 해야만 한다.
김도균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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