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타협하지 않으면 버스는 멈춘다

유정훈
유정훈

지난 연말 국토교통부는 ‘버스 공공성 및 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은 지난해 5월 31일에 발표된 노사정 선언의 후속조치로서 버스업계, 운수종사자, 전문가 및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마련됐다. 광역버스(직행좌석형 시내버스)는 중장기적으로 3월에 발족하는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로 면허권을 일원화해 M버스(광역급행형 시내버스)와 같이 관리ㆍ운영하고, 시내버스(좌석형 및 일반형 시내버스)는 지자체 면허체계를 유지하되 중앙정부는 운영체계 개편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버스 운영체계 개편을 통해 중앙정부의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노선버스의 공공성과 안정적 운행을 보장하고자 하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보인다. 

그러나 현장으로 내려오면 현재로서는 해결이 가능해 보이는 숙제가 가로막고 있다. 이미 1년 유예된 바 있는 52시간 근무제가 올 7월 1일에 시행되면 버스운전사가 현재와 같이 하루나 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 격일제나 복격일제의 근무형태를 유지하는 것은 불법이 된다. 따라서 정부 대책에도 제시돼 있듯이 서울 시내버스와 같이 1일 2교대제의 근무형태로 반드시 전환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전국적으로 1만 5천 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고 연간 7천억 원 이상의 추가 인건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운전직 종사자를 6월 말까지 목표대로 충원하는 것부터가 불가능해 보이지만 만약 다 충원되더라도 추가로 소요되는 인건비를 누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정부 대책에서 빠져 있다. 실제로 운전직 종사자의 충원 규모에 따라서 그 비용이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충원 규모에 맞추어 비용을 미리 마련해야 하는지 결정하기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사후 정산을 통해 일정 정도의 비용을 국비로 보조한다는 방침이지만, 기본적으로 시내버스는 지자체 사무이므로 그에 관한 것을 모두 지자체에 떠맡기고 있는 실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노선버스 대책의 핵심은 운전직 종사자를 어떻게 확충할 것인가와 그에 소요되는 추가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가에 있다. 운전직 종사자를 확충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는 반면에 비용 부담에 대해서는 관계자들의 이해가 상충한다. 기존에 없던 비용이니 아무도 부담하기 싫은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실제로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 모두가 이미 공동으로 부담했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불편한 진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용자는 원래의 가격보다 싼 가격에 버스 서비스를 이용했다. 둘째, 버스업체는 과밀ㆍ과소운행과 저임금 정책으로 경영수지를 맞춰왔다. 셋째, 운전직 종사자는 승객의 안전을 담보로 과도한 추가 노동을 통해 더 많은 수입을 가져갔다. 넷째, 정부와 지자체는 당장에 큰일이 벌어지지 않으니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기를 주저했다. 마지막으로 다섯째, 시민과 의회는 정상적인 버스산업 지원조차도 버스업체에 세금을 퍼붓는 것으로 단정 짓고 강하게 반대했다. 우리가 모두 공동정범이다. 

추가비용 충당을 위해서는 일단 노선 효율화를 통해 추가 비용의 규모를 최대한 줄이고, 나머지 부분을 요금인상과 재정지원으로 합리적으로 충당해야 할 것이다. 말로는 간단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노사정간의 이해 상충으로 논의가 언쟁이 돼버리고, 한치 양보 없이 평행선을 달려와서 지금까지 아무런 진척이 없다. 52시간제가 버스에 적용되기 시작하는 7월 1일 이전에 노사정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버스는 멈출 것이다. 우리 일상의 발이 묶이는 대재앙을 막으려면 우리가 모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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