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인천 내항 재개발 마스터플랜 원점서 재논의해야

인천항은 1990년대까지 영흥도 앞바다까지 대형 선박이 대기하는 등 극심한 체선·체화현상을 겪었다. 항만 시설이 부족해 비산먼지가 많은 화물을 내항에서 처리해 인근 주민에게 불편을 주기도 했다. 체선·체화현상 해소와 주민불편 해소를 위해 항만업계와 산업계에서는 새로운 항만 건설을 끊임없이 주장하여 북항, 송도신항 등의 개발을 이끌어 냈다.

물동량이 송도신항, 북항 등으로 이전되면서 내항은 자연스럽게 물동량 감소 과정을 거쳤다. 소음·분진 등 주민 불편은 많이 해소됐다. 과거와 같지는 않지만, 내항은 여전히 항만 기능을 훌륭히 유지하고 있다.

항만업계는 인천항이 시민과 상생하고, 인천경제 발전에 이바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었다. 내항의 항만 기능과 가능성에도, 친수공간 조성을 바라는 시민의 바람에 호응해 오랜 고민과 토론 끝에 1·8부두를 시민에게 개방하는 결단도 내렸다.

시민과 상생하면서 새로운 내항의 미래를 만들고자 하였던 항만업계와 산업계의 여망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인천 내항 통합 개발 논의를 보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해양수산부, 인천광역시 등 관계 당국에서는 지난해 4월 ‘인천내항통합개발추진협의회’ 구성, 8월에 내항 재개발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개발 콘셉트 아이디어 국제공모, 10월 내항 전면 개발 내용의 국제 당선작을 발표하는 등 내항 통합개발 논의를 이어갔다.

항만업계에서는 내항에 대한 이해 부족을 지적하고, 내항은 항만 기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정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계당국은 국제 당선작을 단순한 아이디어 수준이라고 선을 긋고, 마스터플랜은 협의·수정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새해 벽두인 지난 1월 9일 해양수산부, 인천광역시, 한국토지주택공사, 인천항만공사 등 4개 기관은 ‘인천 내항 일원 항만재개발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는 ‘인천 내항 일원 미래 비전 선포식’ 가졌다.

이날 발표된 마스터플랜은 국제 공모전 당선작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마스터플랜을 논의한 ‘인천내항재개발추진협의회’는 4차례 회의에 불과했고, 항만 기능의 중요성을 강조한 의견은 배제됐기 때문이다.

즉 인천 내항의 백년대계를 그리는 마스터플랜이 주요 주체인 산업계가 배제된 가운데 두 달에 걸친 공모기간과 몇 차례에 불과한 회의를 통해 결정된 것이다.

인천상공회의소 등 산업계가 마스터플랜에 반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산업계의 반발에 관계당국은 앞으로 ‘인천내항재개발추진협의회’에 산업계를 참여시켜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고, 물동량 감소 추이를 보면서 내항 재개발을 차례로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산업계는 마스터플랜 전면 재논의를 요구한다.

내항의 전면 재개발이 전제된 마스터플랜이 살아있는 한 내항 인근의 산업체는 정상적으로 산업 활동을 할 수 없다. 산업체는 생산성 향상과 노후 설비 교체를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언젠가 항만이 폐쇄되면, 공장 문을 닫아야 하는데 어느 누가 투자를 결정할 수 있겠는가? 산업체는 투자를 고사할 수밖에 없다. 산업체뿐만 아니라 운수·창고업체 등 내항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업체도 문을 닫거나 내항을 떠날 수밖에 없다. 내항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근 5만명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질 것이다.

이강신 인천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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