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간직한 옹기종기 점포 사이 오랜 단골손님 반기는 푸근한 시장의 온기
군포 역전시장은 앞에 설치된 커다란 간판이 아니라면 눈치 채지 못한 채 지나칠 수 있을 정도로 소박한 시장이다. 100여 m 정도 되는 짧은 직선거리 양쪽으로 60여 개 상점이 옹기종기 붙어 있다. 작은 규모지만 시장에 들어서자 과일, 채소, 축산, 해산물, 건어물, 의류 및 잡화 등 다양한 품목과 먹을거리가 나란히 손님들을 반기고 있었다. 상인과 고객들의 대화가 오가고 단골손님에게는 그동안 안부를 묻는 등 왁자지껄 활기를 띤 역전시장은 훈훈한 온정을 느낄 수 있었다.
군포역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자리 잡고 있는 군포역전시장(군포시 군포로 548-1)은 산본시장과 더불어 군포시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으로 1950년대부터 형성된 오래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군포가 시로 승격되기 전부터 역전시장은 그 모습을 갖춰나가고 있었다. 당시에는 군포장이라 불리며 주로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거래하던 장소였다. 모름지기 교통과 시장이 발전한 곳은 사람을 불러 모으기 마련이다.
1950년대 군포장에서 군포 역전시장으로 바뀌고 오랫동안 많은 사람이 시장을 찾았다. 그렇게 역전시장은 2000년대 초반까지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점차 시대가 바뀌면서 주변에 대형마트를 비롯해 역전시장을 대체할 곳이 곳곳에 생기기 시작했다. 과거 그대로 낙후된 시설과 가건물들도 문제였다. 사람들은 정돈되지 않은 시장에 점차 발길을 끊으며 깔끔한 대형마트를 찾게 됐다.
역전시장이 이런 문제점을 대대적으로 개선하기 시작한 것은 2008년이었다. 2005년 전통재래시장으로 정식 인증을 받은 후, 2008년에 시장 현대화 사업이 이뤄졌다. 아스팔트로 바닥을 깔고, 파라솔로 가렸던 하늘을 거대한 지붕으로 막아 아케이드를 만들었다. 각 상점의 간판도 깔끔한 원형 모양으로 통일하고 그 아래에는 판매 물품의 특징을 아기자기하게 그려 넣은 일러스트 간판도 달아놓아 친근감을 더했다. 개장 이래 백여 년 만의 새 단장으로 시장 분위기도 새로워졌다.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자 4월이면 군포시의 꽃인 철쭉을 전시하는 철쭉제, 가을 행사, 매주 토요일마다 진행하는 세일 행사 등 역전시장과 연계된 전통 장날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13년째 상인회 활동으로 인한 경험으로 4년째 군포역전시장을 이끌고 있는 정성순 군포역전시장 상인회장(69)은 “무엇보다 시장이 발전하려면 구성원들의 화합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상인들이 지금처럼 잘 따라와 준다면 역전시장은 이른 시일 내 과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역전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곳에서의 추억을 간직한 단골손님들은 역전시장이 역사 속에 사라지지 않았음에 감사하며 익숙한 길을 따라 발걸음하고 있다. 시장에 처음 오는 사람들도 머뭇거림은 잠시, 너도나도 들어서는 분위기에 절로 들떠 시장 안으로 한 걸음 내딛고 있다. 역전시장의 역사는 오늘도 계속된다.
글_김해령기자 사진_군포 역전시장 상인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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