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 결과는 그동안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관해 지속적으로 비판해 온 다수의 언론사들로부터 ‘올 것이 왔다’며 뭇매를 맞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추진,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과 같은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저소득층의 소득을 증가시키고 노동환경을 개선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최저임금이 16.4% 오른 것과는 달리 소득수준 하위 20%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지속적으로 감소한 반면 상위 20%의 소득은 통계 작성 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정부당국을 당혹게 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리라는 것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 정부와 지자체가 이에 대응하지 않았다는 점이 실망스러울 뿐이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제4차 산업혁명이 선언된 이후, 많은 전문가들은 앞으로 변화할 세상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우리 사회가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지능정보사회가 될 것이고, 이로 인해 일자리 지형변화라는 사회 구조적 변화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미래 세대는 현재 직무와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되고 단순한 제조업 일자리는 기계로 대체될 것이므로 새로운 직무교육을 통해 획기적으로 일자리를 전환시켜야 한다는 예견이었다.
어느새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유인수납구간보다 하이패스구간이 많아졌다. 2020년에는 아예 톨게이트가 사라지고 하이패스를 장착한 차량이 원래 속도대로 달리면 도로 상공을 가로지르는 철제구조물에 설치된 안테나와의 무선통신을 통해 통행료가 결제되거나 카메라를 통해 번호판을 인식해 후불로 요금을 청구하는 ‘스마트톨링’ 시스템이 도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대형마트에서는 쇼핑 후 무인계산대를 이용해 스스로 계산하는 소비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젊은이들을 주요 고객층으로 하는 대형 쇼핑몰 식당가에서는 무인자동주문기(키오스크)를 통해 주문을 받는 시스템을 운영해서 노년층 고객들이 진땀을 빼곤 한다.
이러한 것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예시일 뿐, 제조공장에서의 자동화 속도는 더욱 빠르게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대기업 생산현장에서의 자동화 수준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중소기업들도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공정과 물류 등을 지능정보화하는 ‘스마트공장’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생산현장에서의 단순반복적 일자리가 사라짐을 의미한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인간의 단순노동이 기계로 쉽게 대체될 수 있는 시대이다. 노동친화적 정부정책이 자동화를 가속화시키고 일자리를 없애는데 일조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오르지 않아도, 주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되지 않아도 소득수준 하위계층이 담당해오던 단순, 반복적 노동은 앞으로도 계속 기계로 대체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을 단순노동에서 해방시키는 동시에, 인간이 기계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는 ‘새로운 도전’이다.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가경쟁력을 가지려면 기술혁신을 멈출 수 없다. 정부와 지자체가 해야 하는 일은 소외계층과 약자 그룹에게 새로운 직업교육을 제공하고 이들이 세상의 변화를 스스로 극복하고 당당하게 디지털 일자리를 차지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래서 1년 뒤 이맘때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서 소득수준 하위 20%의 소득도 상승해 우리 사회 전반의 빈부격차가 감소하고 있다는 아름다운 결과를 기대해 본다.
이연희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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