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메멘토 모리 교육

‘메멘토모리(Memento mori)’라는 말은 라틴어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이 말은 ‘당신은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하라’는 표현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죽음에 대한 담론이 없다. 죽음이해는 여전히 암울하고 불투명하다. 원로 종교학자인 정진홍 교수는 “자신의 죽음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고, 결국 자신이 살아온 삶이 평가절하돼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는 죽음의 질이 나쁜 나라 가운데 하나다. 자살률이 OECD 국가 중에 높고,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오늘날 이렇게 죽음의 질이 떨어진 이유 중의 하나가 죽음에 대한 이해가 육체 중심의 죽음이해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실용적 측면에서만 죽음을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심폐사와 뇌사는 죽음판정의 육체적 기준일 뿐으로 의학적 죽음정의는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결코 죽음에 대한 정의를 전체를 나타낸다고 할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죽음준비는 노인만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죽음은 나이순으로 찾아오는 게 아니라,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다. 따라서 죽음은 노인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 모두에게 관계된다. 죽음준비 역시 마찬가지다. 죽음준비는 삶과 죽음 각각에 관련해 말할 수 있다. 죽음준비는 삶과 관련해 삶의 시간이 제한돼 있음에 유념하면서 지금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을 다시 돌아보고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라는 뜻이다. 죽음준비는 한마디로 요약하면 갑자기 찾아올 수 있는 죽음에 대비해 삶을 보다 의미 있게 살라는 뜻이다. 죽음준비는 죽을 준비가 아니라 삶의 준비를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죽음준비를 하지 않고 삶을 영위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죽음준비는 삶을 이치에 맞게 살아보고자 임박해 있는 죽음을 생각해보라는 뜻이다. 죽음준비 교육은 이 땅에서 제대로 살도록 하기 위한 삶의 교육이다. 죽음을 평소에 준비하는 사람은 결코 자살할 수 없으므로, 죽음준비 교육은 바로 자살예방 교육이기도 하다.

죽음이란 말이 오해를 많이 받듯이, 죽음준비란 말 역시 제대로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 죽음준비란 말을 사람들은 마치 죽으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듯싶다. 그러나 죽음준비는 삶과 죽음 각각에 관련해 말할 수 있다.

첫째 삶과 관련해 생각해보면, 죽음준비는 삶의 시간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주어진 시간을 보다 의미 있게 살라는 말이다. 둘째 죽음과 관련해 말하면, 죽음은 갑자기 찾아올 수 있으니까, 죽음이 불현듯 찾아오더라도, 편안히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평소에 준비하자는 뜻이다. 따라서 죽음준비는 주어진 삶의 시간을 보다 의미 있게 영위함으로써 죽음을 편안히 받아들이자는 의미이므로, 죽음준비는 죽을 각오를 하라는 뜻이 아니라 한 마디로 삶의 준비인 것이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죽을 수도 있음을 명심하는 것이 내게 가장 중요했습니다. 죽음을 생각하면 무언가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열일곱 살 때 ‘하루하루가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산다면 언젠가는 바른길에 서 있을 것’이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입니다. 죽음은 삶을 변화시킵니다. 여러분의 삶에도 죽음이 찾아옵니다. 인생을 낭비하지 말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이제 학교 교육에서 메멘토모리의 교육이 필요하다. 이것이 자살예방교육이고, 삶의 교육이다. 청소년들에게 인문학적인 교육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안해용 경기도교육청 학생위기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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