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Minimalism)은 ‘최소 한도의, 최소의’라는 뜻을 가진 ‘미니멀(Minimal)’에‘주의’라는 의미의 ‘이즘(ism)’이 더해진 단어로 단순함과 본질적 요소를 추구하는 예술 사조에서 출발했다. 요즘은 인테리어, 패션, 살림 등 생활의 여러 부분에 걸쳐 미니멀리즘의 영향을 받아 간소한 삶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삶의 방식에서도 단순한 스타일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우리 사회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각자도생이 보편화되면서 경제적, 시간적, 심리적인 여유가 없기 때문에 자기 삶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만 에너지를 집중한다. 자신이 가진 경제적 여건과 시간을 자신의 취향이나 가치관에 따라 선택한 모임에 가볍게 투자하는 것도 그런 경향과 맥을 같이 한다.
이 때문에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역시 좀 더 ‘정확하고 간결한 것’을 선호한다. 직장에서도 상사가 일방적으로 방향을 제시하고 부정적인 단어와 표현으로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지,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위주의 피드백만 길게 늘어놓는 방식으로는 부하 직원과 원만한 소통을 하기 어렵다.
기업 내에선 보고서도 한층 간결해지는 쪽으로 가고 있다. 잘 읽히지 않고 사장되는 긴 보고서나 만드는 데 시간과 에너지가 지나치게 낭비되는 파워포인트보다, 한 장 혹은 길어야 두 장짜리 보고서로 본질과 핵심에 집중하면서 업무를 밀도 있게 진행하려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인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들은 이미 이른 시간부터 ‘제로 파워포인트(Zero Powerpoint)’를 고수해왔는데, 이것은 보고나 회의 같은 커뮤니케이션에서 디자인이나 형식 같은 불필요한 것에 집중하기보다 본질적인 내용에 집중하면서 충실한 회의를 하는 것이 생산성을 높인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위기 때마다 촌철살인의 한마디로 13억 중국인을 감화시킨 덩샤오핑은 경제발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 대해 “가난한 것이 사회주의는 아니다”라는 간결하고 명쾌한 한 문장으로 단숨에 여론의 반전을 꾀했다. 천재예술가 미켈란젤로는 “내가 한 일은 마음속 영상에 따라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한 것이 전부였다”라는 말로 완벽한 다비드상의 창작 과정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설명했다고 한다.
이런 분별력을 기르려면 중요하게 분류된 것을 가지고 ‘결론’과 ‘이유’, 그리고 ‘경과’ 순서로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연습이 도움이 된다. 결론에 대한 근거를 대는 ‘이유’는 세 가지 정도를 준비하는 것이 적절하다. 한 가지는 너무 단순하고 깊이가 없어 보이고 두 가지는 뭔가 부족하지만, 세 가지는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면서도 듣는 사람이 기억하기 쉽다. 거기에 미사여구나 화려한 수식, 추상적인 표현을 피하고 사실과 정보, 의견과 생각을 확실하게 구분한다면 최선이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달변’에 막연한 로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막힘없이 이야기를 잘하는 것이 진정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잠시 멋있어 보일 수 있지만 잘못하면 자기 말에 취해서 계속 이야기하다 보면, 중요한 것은 전달하지 못하면서 거기에 자기 자랑만 횡설수설하다보면 상대방은 지루하고 짜증나고 대화가 즐겁지 않다. 간결하게 핵심을 전달하는 말 습관은 명쾌한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할 수 있다.
전미옥 중부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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