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중소벤처가 주도하는 창업과 혁신성장’을 달성하는 방안으로 ‘중소기업 R&D(연구개발) 2배 확대’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R&D사업가운데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많은 사업들이 2019~2020년에 일몰될 예정이고 신규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일정규모 이상의 신규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해 정부투자의 타당성을 사전에 검증하는 제도)를 통과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우리나라에는 약 360만 개의 중소기업이 있으며, 이들의 재무제표에서 R&D 항목이 발견되는 기업은 약 27만 개 정도라고 한다. 이 가운데 기업부설연구소(연구개발 전담부서 포함)를 신고한 기업은 약 4만 개로, 연구소를 신고하지 않은 더 많은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R&D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7년 정부R&D 총 투자 규모는 19조 3천927억 원이며, 이 가운데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투자는 약 3조 1천686억 원 규모로 총 투자액의 16.3%를 차지한다. 이는 미국의 중소기업R&D 지원규모와 유사한 수준이다. 정부의 중소기업R&D 사업은 주요 3개 부처(산업부, 중기부, 과기부)에서 약 80% 이상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이 기획한 신규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야 2020년 이후에도 중소기업들이 R&D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인데, 예비타당성조사 기준을 충족시킴과 동시에 중소기업의 수요를 담아내기가 쉽지는 않나 보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산업과 일자리의 핵심주체이다. 중소기업의 제품 및 기술경쟁력이 우리 경제의 미래를 담보한다고 믿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하고 ‘중소기업 R&D 투자 2배 확대’를 천명했을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R&D지원금을 확대하는 것으로 중소기업들이 ’혁신성장‘을 할 것이라는데 회의적이다. 왜냐하면 그동안 중소기업 R&D 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돼 현재 연간 약 3조 원의 혈세를 쏟아 붓고 있는데 반해 R&D지원을 받은 기업들의 매출이나 일자리 창출 성과가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원인이 무엇일까? 지역현장에서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환경을 살펴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경기도 중소제조기업의 평균 연구인력 수는 약 6.2명인데, 80% 이상이 전문학사인 것으로 나타난다. 중소기업에서 연구개발을 수행할 석ㆍ박사 인력을 채용하는 것은 ‘하늘에서 별 따기’와 같이 어려우며, 어찌어찌 채용해도 1~2개월 후에는 퇴사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기술개발 결과가 제품으로 양산돼 시장에 진출하기까지는 더 어려운 과정이다. 뛰어난 성능과 기능을 가진 제품이 산뜻한 디자인으로 포장되고 가성비가 느껴지는 가격으로 출시돼 소비자가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판로를 독자적으로 추진할 역량을 갖춘 중소기업이 많지 않다. 중소기업의 R&D활동과 성과를 대기업이나 대학ㆍ국공립연구소의 그것과 동일한 잣대로 보면 답을 찾을 수 없다.
중소기업을 키우는 것은 어린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다.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세심히 관찰하고 도와줘야 한다. 우리 중소기업의 연구개발 활동에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러한 ‘밀착지원’이다. 특히 연구개발사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에 관한 전문인력이 필수이다. 관내 기업들의 설립배경과 성장스토리, 기술ㆍ제품현황과 문제점, 애로사항 등을 잘 파악하고 있는 지역 내 정부·지자체 R&D지원기관들이 중소기업R&D 사업을 담당하게 해 R&D를 통한 창업ㆍ중소기업들의 혁신성장을 실현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연희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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