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네 인생의 목소리를 들어보아라

파커 J.파머가 쓴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라는 책의 영어 제목은 ‘Let your life speak(네 인생의 목소리를 들어 보아라)’이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의 존경받는 교육지도자이다. 파머는 교육학을 전공했으며 퀘이커공동체 생활을 했고 특별히 영성에 대한 강의를 하는 분이다. 1997년에 미국 교육관계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사람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파머의 가장 대표적인 책은 ‘가르칠 수 있는 용기’라는 책에서 ‘현대인들이 공적인 역할에 매여 영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건강한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런 영혼의 소리를 듣기 위한 방안으로 ‘신뢰의 써클’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신뢰의 써클’은 값싼 위로와 행동을 바로 잡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옆에 있어주고 그가 자신을 발견하도록 애정을 담은 질문을 던지는 그룹이다. 이런 ‘신뢰의 써클’을 개발해 세계 곳곳에서 진정으로 자아와 통합을 일구는 모임을 만들고 있다.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지금 내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오고 있다. 나 자신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한다. 이 책의 첫 장에 이렇게 시작한다. “한밤중에 깨어나 지금 내 삶이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일까? 물으며 잠을 설쳐 본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라고 기록돼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고민도 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고 살아간다. 자신을 잃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다. 나를 발견하는 사람은 내가 살아갈 이유가 있고, 나를 통해 타인에게 의미 있는 존재로 살아간다.

소명이란 영어 단어인 ‘Vocation’이라는 단어는 라틴어 ‘Voice(목소리)’에서 왔다. 그런 의미로 소명은 내가 추구할 목표를 의미하지 않는다. 소명은 바로 내가 들어야 할 내면의 부름의 소리이다. 내가 살아가면서 이루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찾는 것이 소명이 아니라,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말해주는 내 인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소명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당신이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고자 하기 이전에 인생이 당신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에 귀 기울여라”라고 말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소명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야망과 욕심을 채우는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 진정으로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타인의 소리에 더 많이 귀를 기울이며 살아왔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래서 이 책에서 지은이는 “소명은 듣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소명이란 성취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이미 주어져 있는 선물이다”라고 말한 이유이다.

책은 “우리의 인생이 끝없는 계절의 순환과 같다는 개념은 투쟁과 기쁨, 손실과 이득, 어둠과 빛을 부정하지 않으며, 우리가 그 모든 것을 포용하도록, 그리고 그 안에서 성장의 기회를 발견하도록 기운을 북돋아 준다”라고 한다. 겨울이 있으면 봄이 온다. 봄이 지나면 뜨거운 태양이 작열한 여름이 올 것이다. 여름의 그 뜨거움이 있기에 가을의 풍성함이 있는 것이다. 그러면 차가운 겨울이 찾아오는 것이다. 이것이 인생이라는 것이다. 인생은 받아들이는 것이다. 곧 이 봄도 지나간다.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우리는 귀를 기울여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안해용 경기도교육청 학생위기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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