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던 고향은 화성이다. 평생을 살아온 이곳 화성의 변화는 흔한 사자성어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바다가 땅이 되고, 산이 공장이 되고, 논은 아파트가 되었다. 화성시는 아직도 공사 중이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화성시의 인구증가율은 2015년도 10.02%, 2016년도 7.25%, 2017년도 7.7%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인구절벽,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시대에 이런 폭발적인 인구증가라니,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웬 떡이냐 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세수 증가로 재정자립도는 최근 3년간 1위와 2위를 다투고 있어 살림살이가 나아지긴 했다.
인상 깊게 보았던 다큐멘터리가 있다 영국 동북부의 소도시 게이츠헤드(Gateshead)의 지역활성화 사례에 관한 것이었는데, 내용은 이렇다. 게이츠헤드는 탄광, 석탄, 제철, 조선업으로 1970년대까지 번창하던 도시였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지역의 석탄 산업이 침체되면서 경기침체에 따른 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해졌다. 정치인들과 시민들은 지역경기 침체는 물론 이로 인한 시민들의 우울감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시의회는 이를 극복하고자 1990년대부터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특이점은 연극을 전공한 예술가 피터 스타크가 이 사업을 총괄했다는 점이다. 도시계획 전문가, 건축가가 아닌 연극인이라니, 지금의 우리라면 그렇게 결정할 수 있을까.
게이츠헤드는 문화를 바탕으로 한 도시재생이라는 콘셉트로 공공미술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북쪽의 천사(The Angel of the North)’라는 이름의 작품은 1만여 개의 깡통을 녹여 만든 거대한 동상으로, 언덕 위에 세워진 천사상은 도시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이어서 마을과 마을을 잇는 밀레니엄 브릿지와 세이지 음악당을 비롯해 밀가루공장을 공공미술공간으로 활용한 발틱미술관은 게이츠헤드를 문화도시로 완전히 탈바꿈시키는데 성공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를 공급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참여를 통해 생기를 잃었던 지역을 살려냈다는 점이다. 경제성이나 관광산업을 위한 도시재생이 아니라 30년에 걸친 장기계획과 일관된 추진, 지방정부의 리더십, 다양한 지역단체들의 소통과 참여 등이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다시 화성으로 돌아오자. 화성의 외적인 성장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장밋빛 미래만 꿈꿀 수는 없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대규모 택지개발로 인해 사람이 모이고 있지만 이제 우리는 화성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화성을 사랑하고 계속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한다.
‘문화복지’라는 말이 있다. 용어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단순히 먹고, 입고, 잠자는 것을 복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이제 사람들은 문화를 누리는 것을 복지의 개념으로 생각한다.
일찍이 백범 김구선생께서는 자서전 「나의 소원」에서 ‘나는 우리나라가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라고 말씀하셨다.
나 역시 우리 화성이 양적 팽창에 따른 화려한 수식어에 안주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화성에는 우리가 지켜내야 할,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보물로 그득그득하다. 서해의 갯벌과 섬, 용주사와 융건릉, 당성 실크로드, 공룡알 화석지 까지. 이야기가 녹아있는 화성의 보물들을 지키고 발전시켜 화성시민의 자부심이 되기를 원한다.
정체성을 잃지 않고, 현재를 살아, 미래를 준비하는 앞으로의 100년 기대해 본다.
김홍성 화성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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