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인간들의 불안이 만들어낸 자리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그렇다. 과거 사람들은 전쟁과 기근, 맹수의 습격 등 늘 불안한 삶을 살았다. 인간의 본성상 이런 환경에선 불안이 자극된다. 따라서 사람들은 이런 불안을 없애줄 리더를 원했다. 그래서 뽑힌 리더들은 사람들을 통솔할 수 있는 권한을 받았다. 다만 이런 권한과 함께 의무도 부여받았다. 의무를 다해야만 권력은 유지되고 그렇지 못하면 권력은 박탈당했다. 귀족의 출발이었다.
귀족들은 늘 자신들이 리드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풍족한 삶을 제공해야만 했고 이런 과정에서 적들을 압도해야 했다. 압도하고자 세력을 키우다 보니 귀족들끼리의 연합이 필요했다. 연합이 이루어지면서 그들 사이에도 의심과 불안이 스며들었다. 그러다 보니 이를 해결할 제도가 필요했고, 자신들을 보호하고 챙겨줄 리더가 필요했다. 이렇게 탄생한 사람은 ‘왕’으로 추대되었다.
왕은 따라서 막대한 권한과 권력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는 왕을 위한 권력이 아니라 귀족, 백성의 안전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 궁극적 목적이었다. 이런 목적을 위해 늘 노력한 왕과 귀족은 추앙을 받았다. 그러나 목적을 잊어버리고 자신의 권력 유지에만 집착한 왕, 귀족들은 외면받았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탄압과 폭력을 행사한 왕, 귀족은 결국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강제로 권력을 박탈당했다.
신분제의 폐지와 민주주의의 시작은 이런 역사적 흐름에서 보면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권력을 준 사람들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만 권력을 쓰고,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한 당연한 결과들이다.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고 권력을 가지면 계속 유지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리더들 또한 인간이기에 이런 본성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따라서 민주주의 특징은 선거를 통해 리더를 뽑고 권력을 주지만 일정기간 간격을 두고 재평가한다. 선거를 통해 리더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바로 권력을 박탈당한다. 그래서 민주주의 꽃은 선거인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 생각은 다양하다. 또한, 과거와 비교하면 의식수준은 많이 높아졌다. 이들을 통합하고 요구를 충족시키려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런 노력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더 통찰력이 있어야 하고, 재능이 많아야 한다. 과거보다 각종 인터넷 매체가 발달하고, 언론의 감시 능력이 높아진 지금의 현실에선 더 자신을 관리해야 한다. 과거처럼 유착의 관계에서 자신의 무능력을 감추고 능력을 갖춘 사람처럼 꾸미는 것은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불안은 더 커질 것이고 권력박탈에 대한 불안은 늘 주변에 대해 의심하고 경계하게 한다. 이런 감정에 리더들이 압도되면 충언을 하는 사람들보다는 불안을 감소시켜주는 소위 아첨하는 사람들이 편하다.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민심과는 다른 방향으로 정책은 진행되고, 점점 민심은 떠나간다.
과거처럼 언론플레이나 무력으로 진압할 수 있는 시절은 지났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볼 때 유사한 일이 많았고 이를 분석해보면 대부분 권력자가 가진 불안과 이 결과 발생한 의심과 불신, 이를 이용한 주변 사람들의 합작품인 경우가 많았다. 대한민국이 여야, 진보보수를 떠나 발전하려면 리더들이 이런 불안과 의심을 이겨내야 한다. 권력자들이 의심과 불안을 이겨내지 못하고 반목과 정쟁에 빠졌던 결과 발생한 최고의 아픔은 ‘한일합방’이라는 것을 잊지 말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정재훈 한국정신보건연구회 정책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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