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 정당해산 국민청원과 지방의회

선거제와 검찰 개혁 관련 법안들이 지난 29일 자정을 넘겨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됐다. 이 과정에서 한동안 없었던 국회 폭력 사태가 재연됐고, 고소ㆍ고발이 난무하며 극한 대치 상황이 이어졌다.

이를 지켜본 국민들은 급기야 국민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두 당의 ‘정당해산 청원’을 게시했고 한 야당의 정당해산 청원은 동의자가 100만 명을 넘겼다. 유례없는 화력에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는 중이다.

이념과 정파를 떠나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낯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련의 사태와 상황들을 지켜보면서 지방의회를 책임지는 의장으로서 먼 이야기가 아니고 어쩌면 우리 지방의회에 다가올 미래상 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저절로 몸서리가 쳐지고 만다.

1991년 부활한 지방의회가 운영된 지 28년이 됐다. 지방의회가 우리 사회에 남긴 가장 큰 성과는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발전에 기여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히 일부의 부정적 측면만이 부각되어 지방의회 회의론을 넘어 무용론까지 나오는 작금의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최근 불거진 지방의원들의 잇따른 사건사고로 지방의회에 대한 불신이 더 높아졌다.

61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지 채 1년도 되기 전에 발생했던 지방의원들의 일탈은 부끄럽고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방의회는 현실적으로 개인비리 외에는 국회와 달리 언론의 큰 주목을 받지 않는다. 만약 지방의회가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는다면 지방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혐오는 지방의회 해산이라는 상황을 불러올 수도 있다. 얼마 전 있었던 예천군의회의 국외여행과 관련해서 예천군 주민들이 보여준 성난 민심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지방의회는 어떤 길을 가야 할까?

첫 번째로 해결할 과제는 지방의회에 대한 주민의 불신과 무관심을 극복하는 일이다. 지방의회 무용론의 바탕은 지방의원들이 역할을 제대로 못 한다는 인식에 기반한다. 지방의회에 대한 주민들의 의식조사를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28년간 지방의회에 대한 만족도는 25% 내외에 머물고 있는 반면, 불만족도는 지속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지난해 중앙정부가 사용한 예산이 297조원이고 지방자치단체와 시ㆍ도교육청이 사용한 예산은 276조원 정도라고 한다. 그만큼 지방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방대한 일들을 지방의회가 하고 있지만 이러한 내용들을 주민들은 잘 알지 못한다.

따라서 지방의회 의정활동에 대한 정보공유의 기회를 정기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고, 집행기관에 대해 견제 및 감시활동을 보다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지방의원들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다각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지방행정이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면서 지방의회의 역할과 기능이 점차 커지고 있지만 지방의원이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법적ㆍ제도적 장치는 극히 미비하다.

중앙정부를 견제하는 국회의원은 4급 보좌관 2명부터 인턴까지 9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지만 지방의회 의원들은 단 한 명의 개인 보좌직원 없이 오롯이 의원 개개인의 역량에 맡겨져 있다.

이렇듯 지방의회가 전문성을 갖춘 정책의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의원 개개인의 능력 향상도 필요하지만 지방의회의 자율성, 독립성,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가 수반되어야 한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주민의 소리다. 9년여 가까이 의정생활을 통해 가장 힘들면서 보람 있는 것은 크건 작건 간에 민원을 처리하는 일이다. 지금도 민원은 내 일상에서 최우선 순위다. 민원을 많이 접하고 해결하다 보니 새삼 민원 자체가 시민의 목소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민원을 하나하나 처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도 이뤄진다.

우리 국민 모두는 지난 정권에서 소통의 부재가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지켜보았다. 지방의회가 해산 청원에 이르지 않도록 하려면 주민들의 소리를 끊임없이 경청하고 주민의 소리가 시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의 의무를 다해 나가야 할 것이다. 결국 정당해산 국민청원도 국민의 염원을 뒤로 한 채 당리당략만을 위한 정쟁에 국민들이 분노한 것 아닌가.

더불어 주민들의 관심은 지방의회가 더욱 좋은 정치를 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으니 주민들의 지방의회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성원을 희망해 본다.

신민철 남양주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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