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차량 블랙박스의 외부효과, 공동체 치안

지난 해 한 케이블 TV에서 방영해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보이스 시즌2에서 동료를 살해했다는 오해를 받고 휴직중인 한 형사가 차량 급발진 사고로 경찰관이 사망한 사건 현장에서 중요 증거품인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가져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 형사는 오해를 풀기 위해 개인적으로 진범을 쫓는 중이었고 차량 급발진 사고 역시 진범이 경찰관을 죽이기 위해 위장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다. 이 때 사건 현장 관할경찰서 프로파일러 여주인공이 누구냐며 권총을 겨누고 제지하자, “이 안에 증거가 있다. 지금 추적하면 그 새끼 잡을 수 있다.”고 소리친다.

차량용 블랙박스(자동차용 영상 사고기록장치)는 본래 차량에 설치되어 주행 중에 차량 앞ㆍ뒤, 좌우 측면 등을 촬영하여 기록하는 영상기기로 교통사고 시 증거영상의 확보나 주차 중 차량보호 등의 목적으로 사용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도에 처음 출시된 이후 교통사고 분쟁 해결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보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현재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업계에서는 매년 200만대 정도 팔리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지난 2017년 한 리서치기업에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차량용 블랙박스 설치율이 약 8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사고 분쟁 해결 목적으로 설치되는 차량용 블랙박스는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범인을 검거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다. 지난 해 4월 경북 포항에서 수산물축제를 맞아 지역 어르신들에게 대접할 음식에 농약을 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때 인근 cctv와 차량 블랙박스에 용의자의 행적이 찍혀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

차량용 블랙박스처럼 본래 의도와 다른 혜택을 가져다주는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외부효과라고 한다. 교통사고 분쟁 해결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부수적으로 범인 검거 및 범죄 예방에 도움을 준다. 외부효과는 사회적 편익을 증가시킴으로써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데 차량용 블랙박스는 공동체 치안(지역치안 역량 강화를 위한 민간의 자발적 참여)에 긍정적 기능을 수행한다.

하지만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외부효과를 수반하는 행위는 과소 공급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시장실패라고 한다. 아무런 혜택이 없다면 시민들이 불편을 감수하며 경찰에 블랙박스 영상을 제공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경기남부경찰에서는 블랙박스의 외부효과인 공동체 치안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신고보상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범인 검거에 결정적 증거인 블랙박스 화면을 제공한 사람들에게 금전적 혜택을 주는 것이다. 두 번째는 블랙박스를 활용해 범인 검거 또는 범죄 예방에 기여한 주민들을 우리동네 시민경찰로 선정해 자긍심을 높여 주고 있다. 블랙박스로 인한 외부효과가 순기능을 발휘해 안전한 우리동네가 만들어지길 기원한다.

김경운 경기남부경찰청 홍보기획계장 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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