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무너지는 교육현장… ‘교권침해보험’ 권하는 사회

최근 교권침해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때 진단서가 없더라도 공무상 사망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오며 교권침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초등교사 A씨는 자신의 반 학생에게 지속적으로 욕설과 거친 불만을 받아오던 중 순간적으로 욕설을 하게 됐다. 이후 해당 학생의 학부모는 수차례에 걸쳐 민원을 제기한 것은 물론, 공개사과요구·폭행시도 등 1년여 동안 지속적인 교권침해 행태를 보여왔다.

이에 A씨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나머지 정년퇴직을 한 학기 남기고 사직서를 냈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비단 이 사건뿐 아니라 최근 성추행, 폭행, 명예훼손 등 각종 교권침해 문제로 신체적·정서적 피해를 호소하는 교사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접수된 교권침해 관련 상담건수만 보더라도 10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해 500건에 이른다.

이 중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사례가 절반을 차지했으며 학생에 의한 피해도 14%나 된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는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악성민원, 허위사실 유포, 과도한 민·형사소송 제기 등의 특성이 있어 교사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게 된다.

이에 최근에는 일부 보험사에서 교사들을 상대로 일명 ‘교권침해특약’을 출시했다. 이 특약은 교사들이 교권침해 피해를 당할 경우 일정금액을 보상해주고, 민·형사소송을 당하면 변호사비용까지 지원해 준다고 하니, 보험회사의 상술에 놀라는 한편 교사들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곳이 보험회사라는 현실에 씁쓸한 기분마저 든다.

또 각 시·도교육청에서도 명칭은 다르지만 전담변호사와 상담가를 갖춘 교권보호센터를 신설해 운영하는 등 교권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교사의 지위가 학부모와 학생들에 비해 열위인 작금의 현실에서, 교권보호란 말은 허상에 불과해 보인다.

교사에 의한 학생인권 침해 의혹에 대해서는, 교육청의 감사와 수사기관의 개입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해당 교사는 직위해제·담임배제 등의 조치로 인해 교육현장에서 바로 배제된다.

단순한 의혹 제기만으로도, ‘무죄추정의 원칙’은 무시된 채 교사들은 죄인취급을 받는 것이다. 더욱이 그동안 제기되던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다 할지라도, 해당 교사는 명예회복의 기회는커녕 교육자로서의 자존감이 무너진 채 다시 교육현장에 복귀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에 반해 교사들이 교권침해를 당할 때는 기껏해야 법률 및 심리 상담만 제공될 뿐 피부에 와 닿는 조치는 없다. 특히 가해학부모에 대해 교육청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 보니, 교사들이 자비로 교권침해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씁쓸한 현실이다.

학교는 가르침과 배움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학생들의 인권과 교권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닌 함께 존중받아야 할 대상이다. 지금까지는 과거 군부독재 시절부터 이어져 오던 학생들의 낮은 인권회복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교사들의 교육활동을 위한 권리인 교권 정상화를 위해 법률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때이다. 결국, 교권추락의 최대 피해자는 우리 사회의 ‘미래’임을 잊어선 안 된다.

이승기 변호사(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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