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대한민국을 깨운 U-20 新 축구 종족

지난 23일간 우리는 2002년 월드컵으로 돌아간 듯 행복했다. U-20 결승전 실시간 시청률 42.49%, 폴란드 우치 경기장에 울려 퍼진 떼창, 치킨집 전화통에 불이 나고, 상암 월드컵 경기장ㆍ공원ㆍ호숫가ㆍ극장ㆍ거리에는 사람들의 승리에 대한 염원으로 아쉬웠지만, 행복한 밤을 보냈다. ‘날아라 슛돌이’ 이강인(2강 in) 선수, 그의 이름대로 U-20 결승전 2강 안에 처음 들었고 FIFA 대회 참가 중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차지했으며, 어린 18세의 나이로 메시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골든볼을 수상하며 최고의 스타로 등장했다.

데스먼드 모리스는 전 세계 30억 축구족에 대한 문화 인류학적 보고서인 ‘축구 종족’이란 저서에서 “축구는 사냥 의식이다”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두 팀이 공을 넣기 위해 서로 격돌하는 일종의 사냥 행위로 선수들이 전투를 벌이는 것 같기 때문이다. 상대 선수들을 통과해 골을 획득하는 것이 목적으로 생존과 포획이 사냥의 목표라면, 오락거리로서 축구는 사냥꾼이 선수이며 골이 들짐승을 포획하는 행위의 상징이라 한다.

축구는 유혈 시대 다음에 생긴 오락과 경쟁의 현대 구기 스포츠로, 축구공이 무기며 골대를 사냥감으로 선수들은 골문을 공략하고 골대를 향해 공을 차는 것이다. 축구가 놀이인 것 같지만 사실은 사냥이라는 중요한 단서인 것이다. 우리가 U-20에 열광했던 이유 중 하나도 어린 선수들이 사냥터에서 좋은 성과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쟁에서 승리를 위해 사냥터에서 목표물 포획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첫째, 팀워크가 필요하다. 혼전을 거듭하는 현재의 정치나 시장 경제 상황처럼 한 경기 한 경기가 접전이기 때문에 포지션별로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할 팀워크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 즉 골을 넣기 위해서는 연결이 필요하고 적극적인 협력과 도움이 서로 필요하다.

둘째,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매 경기 선수 구성원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른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고 포지션의 역할을 다르게 부여해 상대 팀에 따른 전술 변화를 과감하게 펼쳐야 한다. 정정용 감독은 전반이 끝나면 포메이션을 바꾸고 전술 노트를 만들어 선수들에게 나눠주고 이를 경기에 적용토록 훈련했다.

셋째, 상호이해와 협력이 필요하다. 선수와 지도자 간에도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가 중요하다. 정정용 감독은 선수들이 자기에게 다가올 수 있도록 배려하고 “지시가 아니라 이해시켜야 한다”라는 지도 철학으로 그들 스스로 자신의 포지션을 이해하고 경기를 하도록 했다.

넷째, 체력이다. 체력은 B to B(back to basic)이며 전략과 전술을 수행하기 위한 힘으로 경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조별 3경기와 결승까지 4경기를 치르기 위한 강철 같은 체력은 필수 조건이다. 그런 면에서 결승 후반전에 우리가 조금 더 체력적으로 앞섰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다섯째,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정정용 감독은 “경기장 나가면 그냥 멋지게 한 판 놀고 나오라. 인상 쓰고 뛰는 게 아니고 웃으면서 뛰어라”라고 선수들을 편안하게 대하고,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멤버들에게 ‘특공대’라는 별명을 붙이고 언제든 뛸 수 있는 동기를 부여했다.

대한민국을 깨운 신(新) 축구 종족 21명의 어린 용사들의 투지와 노력에서 한국 축구의 희망찬 미래를 보았기에 행복했다. 또한 승리를 향한 염원으로 목청 놓아 함성을 외치며 스포츠가 지닌 위대함으로 대한민국이 하나 될 수 있음을 느꼈다. 이들이 월드컵 무대에서 멋지게 활약할 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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