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교착 새 국면… “2~3주 내 협상팀 구성”
트럼프 “우리의 만남 자체가 역사적인 순간”
김정은 “난관·장애 극복 신비로운 힘 될 것”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등 남북경협 숨통 기대
정전선언 66년 만에 남북미 정상이 분단의 상징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만났다. 지난해 남북 정상이 군사분계점을 오간지 1년 2개월여 만에 남북미 정상이 같은 자리에 섰다. 남북미 정상은 사상 처음으로 JSA 내 군사분계점을 사이에 두고 마주서서 평화의 악수를 나두고 월경해 북한 땅을 잠시 밟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백악관에 공식 초청하겠다는 의사도 표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온 남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전대미문의 역사적 ‘깜짝 회동’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잠시 넘어갔다가 김 위원장과 함께 남측으로 이동했다. 이후 남측 자유의 집에서 대기하던 문재인 대통령이 합류하면서 남북미 정상이 역사적으로 회동했다. 북미 정상은 53분 간 배석자 없이 ‘사실상의 3차 북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북미 정상, 제안부터 만남ㆍ회담
사전에 약속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제안’이 성사되면서 이날 회동은 정식 회담 형태가 아닌 약식 회담으로 이뤄졌다. 이번 만남은 북미 정상으로서는 세번째 대면이자 지난 2월 27일 열린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4개월 만의 만남이다.
북미 회담에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깜짝 놀랐고, 북남 사이 분단의 상징으로 나쁜 과거를 연상케 하는 이런 장소에서 오랜 적대 관계였던 우리 두 나라가 평화의 악수를 하는 것 자체가 어제와 달라진 오늘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훌륭한 관계 아니라면 하루 만에 이런 상봉 전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이런 훌륭한 관계가 남들이 예상 못 하는 좋은 일을 계속 만들면서 앞으로 난관과 장애를 극복하는 신비로운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우리가 만나는 것 자체가 역사적 순간”이라며 “우리는 굉장히 좋은 관계를 만들어왔으며, 우리의 관계가 굉장히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 교착 상태…비핵화 협상 새 국면
판문점 북미 회동으로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비핵화 협상은 새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미 정상이 평화의 악수를 통한 대화 의지를 공식화하면서 후속적인 실무 협상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미 대화와 맞물려 진행되지 않던 남북간 주요 사업도 활력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군사분계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화이트하우스에 초청해야겠다”면서 백악관 초청 의지도 드러냈다. 공식 제안이 이뤄지고 김 위원장이 수락한다면 미국 워싱턴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실현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김 위원장과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많은 복잡한 많은 일이 남았지만 우리는 이제 실무진의 논의를 지켜볼 것”이라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주도로 2∼3주간 실무팀을 구성해 협상을 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따라 북미 실무진 간 차기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강산 관광 재개·개성공단 재가동 기대감
이번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깜짝 3자 회동’이 진행되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가 전면에 재부상하고 있다. 이번 만남을 계기로 제자리 걸음 상태인 남북경협 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를 미국에 줄기차게 언급했다. 더욱이 이날 회동은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제안해 성사된 만큼 이에 전격적으로 응한 북한 측이 그 대가로 이 두가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 역시 북미 하노이 담판 결렬 이후 올스톱 상태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 남북경협 기업인 등에게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비무장지대(DMZ) 오울렛 GP를 동반 방문했을 때 개성공단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이 TV화면에 포착되기도 했다. 결국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으로 상징되는 남북경협의 숨통을 틔우겠다는 의지를 다시 보인 셈이다.
미국이 이번 판문점 만남을 계기로 국제사회와의 공조 속에서 전향적 조치를 취하면 향후 1년 안에 금강산 관광 재개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해법 공통 인식…한미 동맹 굳건
앞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미정상회담을 갖고 대화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 해법에 대한 공통 인식을 확인했다. 또 한미관계가 전례 없이 굳건한 동맹관계라는데 있어서도 의견을 같이 했다.
문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북미간 지속적인 대화가 현실적으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는 유일한 방법이라면서 한미정상이 비핵화에 대한 양국의 입장이 일치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소개했다. 이는 북한이 올 연말을 시한부로 제시하면서 미국의 새로운 셈법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기존 빅딜에서 보다 유연한 입장으로 전환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미동맹의 중요성도 재차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과 관련해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다”며 “미국과 한국, 한미동맹은 전례 없이 더욱 굳건한 동맹을 자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하노이 결렬 이후 멈춰 섰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 논의 재개의 돌파구가 마련된 상황에서 향후에도 굳건한 한미동맹에 토대를 두고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풀이된다.
강해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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