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산업은 국내 취업자의 70%가 종사하고 있고, GDP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한국 경제의 중요한 축이다. 제조업이 1% 성장할 때 고용은 0.1% 줄어드는 반면, 서비스산업은 1% 성장하면 고용이 0.66% 늘어난다는 한 경제연구소의 분석처럼 서비스산업은 안정적인 고용 창출 및 고용파급 효과가 매우 큰 산업이다. 특히 관광, 레저, 교육, 의료 등 청년층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집약된 차세대 성장 동력산업이다.
그런데 한국 서비스산업의 현실은 선진국보다 낮은 경쟁력과 생산성, 국내 제조업과도 큰 격차의 낮은 생산성과 경쟁력으로 대변된다. 사실 서비스산업은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서의 역할과 중요성이 이미 오래전부터 강조되어 왔다. 2013년 맥킨지 보고서는 한국 경제가 성장 동력을 상실하고 있으며, 마치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와 같다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고용비중이 높은 서비스산업과 중소기업 부문의 낮은 생산성이 저성장과 사회적 스트레스의 근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최근 분석에 따르면 한국 서비스기업의 R&D 투자가 증가 추세이기는 하지만, OECD 주요국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산업연구원). 2010년 이후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미국, 독일, 일본 등 국가들이 서비스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R&D 투자를 크게 확대해 오고 있는 반면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도 제조업만으로는 경제 성장은 물론 일자리 창출도 어렵다며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그러나 서비스산업의 중요성이 말로만 강조만 되어왔을 뿐, 실제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가 나아지지 않고 있는 큰 원인 중의 하나는 서비스산업의 투자를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진척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계획의 수립과 추진체계의 마련 등 서비스산업의 전반적인 제도적 기반 마련을 통하여 서비스산업 선진화 정책을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하자는 것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취지다. 동 법의 골자는 서비스산업을 위한 R&D 세제지원 개선, 규제완화, 투자환경 조성 등이다.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과 민관합동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 설치, 불합리한 규제와 제도개선, R&D 활성화와 창업세제 지원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2012년 7월 정부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 원안을 발의한 이래 현재까지 7년째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이다. 의료민영화 등을 우려하는 정치권시민단체의 반대로 장기간 공전 중인데, 공공재 성격의 보건의료 분야가 서비스산업에 포함되는 경우, 의료민영화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사실 그 외에 우려되는 것들 중의 하나가 서비스산업에서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 심화이다. 청년층 고용창출을 주목적으로 한 규제완화가 중심이 된다면 대기업 위주의 서비스산업 선진화가 진행될 우려가 있다. 대기업 부문은 서비스산업 중에서 사업시설관리ㆍ사업지원서비스업, 전문ㆍ과학ㆍ기술서비스업 등의 비중이 큰 구조인 반면, 중소기업 부문은 도ㆍ소매업, 숙박ㆍ음식업 등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다른 선진국과 경쟁국들은 뛰어가는 상황에 계속 발목을 묶어두다가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사회에서 경쟁의 대상은 물론 이런 나라들을 따라잡기는 영원히 요원해지고 그 피해는 결국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선진 외국의 경우 유사한 입법 사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산업의 발전이 거듭되는 것을 보면 서글픈 현실이기는 하지만, 일단 법을 통과시켜 서비스 R&D 투자 규모와 비중을 끌어올리는 것이 우선이다. 미국의 경우 예산안 자체가 법률적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총합적 성격의 성문법 제정의 실익이 적은 것으로 판단하고 부처 간 조정기구가 존재한다. 한편 일본의 경우에도 단일법이 없고 부처 간 개선방향 실천기구가 있을 뿐이다. 어쨌든 지난 5월 경제부총리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6월 중 ‘서비스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하고 역량을 집중해 추진하겠다고 했으니 다시 한 번 기대해 본다.
조용현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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