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구 없는 마약의 늪] 환자 신상 노출 우려… 중독치료전문의 全無… 마약 치료보호 지원 유명무실

최근 연예인, 재벌 3세 등 유명인의 마약류 사건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면서 ‘마약청정국’ 위상이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마약은 쾌락이 끝나는 순간부터 수만 배의 고통과 좌절, 아픔과 슬픔이 뒤따르기 때문에 그 중독성을 치료하는 것이 관건이지만 사실상 마약중독자를 치료할 수 있는 국내 보호지정병원들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 내 마약치료보호지정병원 3곳의 치료실적이 최근 5년(2014~2018년) 동안 39명에 그치는 가운데, 마약중독자들은 ‘신분 노출’에 따른 처벌이 우려돼 병원을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구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지자체가 마약중독자들을 위한 치료비 지원과정에서 신상정보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러한 절차가 오히려 마약중독자들을 음지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을 보면 지난 1999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됨에 따라 의료인은 마약중독자를 치료해도 지자체 등에 신고할 의무가 없어졌다. 이전까지는 마약중독자 진단 시 환자의 성명·주소·연령 등 일정사항을 시·도지사에 신고해야만 했는데 이에 대한 의무가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20년이 넘도록 이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마약중독자들은 여전히 병원 치료를 기피하는 상황이다. 개인정보가 새어나가 수사당국으로부터 처벌받게 될 우려를 감수하면서까지 마약중독 치료를 받아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진행하는 ‘마약류중독자 치료보호비 지원사업’ 역시 있으나마나다.

보건복지부와 지자체는 2008년부터 기소유예부 검찰의뢰 마약사범 또는 자의 치료보호 신청자를 대상으로 국비와 지방비를 50%씩 분담해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이 과정 중 특히 자의 치료보호 신청자의 신상정보가 노출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현재 절차는 병원이 지자체에 지원금을 신청할 경우 치료보호 신청자의 성명·성별·연령 등이 지자체 치료보호심사위원회에 고스란히 전달되는 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약치료보호지정병원 역시 ‘환자 유치전’에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병원에 마약중독자가 찾아와도 치료 전문의가 전무하고 별도의 병동조차 마련되지 않아 환자를 제대로 관리할 수 없는가 하면 마약환자로부터 돌발 사태라도 발생할 시 그 책임은 고스란히 병원 몫이 되는 등 ‘지정병원’으로서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의 치료보호 지원 예산 역시 2009년 2억6천만 원에서 올해 2억4천만 원으로 10년간 제자리 수준을 유지, 마약환자를 수용하고 싶어도 수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제도적인 ‘마약 컨트롤타워’가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경기도지부 문승완 사무국장은 “전문 기관과 인력을 늘리는 등 많은 노력이 투입돼야 한다”며 “범죄자를 검거해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의 치료재활을 도와 재범율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글_양휘모·이연우기자 사진_경기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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