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마당을 나온 암탉

‘마당을 나온 암탉’이란 영화는 원래 황선미 작가가 2000년에 먼저 동화로 만든 것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이 내용은 현재 초등학교 5학년 읽기 교과서에도 수록되어 있다. 주인공인 잎싹이란 양계장 암탉은 자신의 알을 품고 싶은 꿈을 꾸며 마당으로 나가는 꿈을 가진다. 그래서 그는 3일을 굶는 방법으로 나가려고 한다. 양계장에 수많은 닭이 살고 있었지만 양계장 밖 마당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닭이 없다. 아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해도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닭도 없을 것이다.

양계장은 오늘 우리들의 삶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여기에 나오는 참새 짹이 잎싹에게 하는 말처럼 “여기 있으면 먹여 주고 재워 주는데 그냥 알만 낳아주면 되는데 왜! 마당으로 나가려고 하는지 모르겠어”라는 말이 가슴에 남는다. 우리는 어느 순간 길들어 가고 있다. 안전하고 안락한 곳에 길들어 모험과 도전을 잊어버렸다. 그래서 삶의 변화와 성장을 찾아볼 수가 없다.

오늘날 학교의 역동성이 부족한 이유일 것이다. 교육공동체인 학생들에게도 꿈을 잊고 익숙함에 젖어 좌절과 절망으로 학습이 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 또한 교사들도 학습 된 무기력으로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하지 않는다. 안정된 직장생활에 머물러 있으면서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

인생의 변화는 꿈을 꿀 때 시작된다. 황당한 꿈일지라도 꿈을 꾸는 사람은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 나이와 상관없고 환경도 상관없다. 학생들이 꿈을 꾸지 않는 것은 어른들이 꿈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잎싹에게는 마당으로 나가는 것이 꿈이었다면 우리들의 꿈은 무엇인가?

잎싹은 죽을 고비를 넘기며 양계장 밖으로 나와 그의 꿈인 마당으로 나왔지만 그가 생각한 마당이 아니었다. 이 영화의 제목이 ‘마당을 나온 암탉’이다. 잎싹은 마당을 나오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는 양계장 밖으로 나와 마당에 살고 싶어 했던 암탉이다. 그의 꿈은 마당에서 사는 것이다. 작가는 여기서 ‘마당’의 개념을 재해석하고 있다. 양계장 안에도 마당이고, 마당도 또 다른 마당이다. 그곳에도 양계장과 별반 다름이 없는 삶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도 마당을 나오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우리의 꿈이 이루어질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래서 우리는 꿈을 꾸지요. 마당을 나오기를 애쓴다. 학생들은 학교만 졸업하면 인생이 행복해질 것 같은 착각을 한다. 어른이 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 할 수 없는 것이 더욱 많아진다. 우리는 지긋지긋한 직장을 퇴직하고 아이들 다 결혼시키면 이제 자유롭게 마당을 나온 암탉처럼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을 한다. 그러나 역시 그곳에도 또 다른 마당이 준비되어 있다.

마당은 내가 만든 마당인 것이다. 환경과 조건의 마당이 아니라 내 안에 마당을 만들고 그 만든 마당 안에 안주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기에 근본적인 성찰을 통해 내가 만든 나의 마당이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진정으로 마당을 나올 수 있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며 날아갈 수 있다. 학생들이 다름을 인정하고 더욱더 넓은 생각과 세상을 보면서 세상을 품고 날아오르는 새들이 되어야 한다. 더 많이 보고 더 높이 날아오를 수 있도록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믿어주고 기다려 주는 것이다. 우리들의 자녀가 마당을 나온 암탉인 잎싹처럼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어 펼쳐갈 세상을 꿈꾸어 본다.

안해용 경기도교육청 학생위기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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