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세상아~ 詩 어때?

자본주의 시대라 돈 버는 것과 관련되는 직업들 뿐이다. 대학의 학과조차도 거의 그렇다. 인문학의 위기가 아니라 인성의 위기이다. 돈이면 되는 현대인의 물들어가는 삭막한 정신에 치유(healing)와 출산의 행복을 줄 수 있는 무언가가 절실하다 하겠다.

필자는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주변의 승객들을 바라본다. 거의 스마트폰을 한다. 대부분 휴대전화를 통해 그 무언가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는 모습이다. 영상매체의 발달이 우리의 감각적 이미지를 몰입하게 한다.

시대가 변화하는 불확실성의 시대, 스스로 AI에게 인간의 역할을 내주는 위기감의 시대, 개인주의, 1인 가족 사회인 혼라이프의 시대, 사람들과 직접 소통이 줄어드는 시대, 아베의 발언과 북한의 미사일 등으로 국민이 불안한 시기, 이럴 때일수록 예술문화 특히 필자는 시의 사명을 이야기하고 싶다.

필자가 김춘수 ‘꽃’, 유치환 ‘행복’, 서정주 ‘국화 옆에서’ 등을 자연스럽게 읊조렸던 때를 떠올려보니 그때 말고는 외운 시가 없다. 아니 생각하지 않았다는 표현이 맞다.

필자는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 등 시민의 시를 읽으며 입가에 미소를 진다. 삶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나아가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 생활 속 각종 행사에서 시낭송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면 어떨까? 격조와 품위있고 품격있는 축사나 인사말을 시로 한다면 치유(healing) 되고, 출산이 행복일 수 있는 사회분위기 조성에 크게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시(詩, poetry)란 마음속에 떠오르는 느낌을 운율이 있는 언어로 압축하여 표현한 글이다. 최근에는 시낭송 대회도 많이 열리고, 시낭송가의 활동도 활발해졌다. 참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다. 시가 우리의 일상 가까이 다가와 우리도 모르게 우리의 삶 속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많은 사람이 비교적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시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우리 삶의 현장에서 나온 자작시라면 더 진솔하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원래 시는 노래다. 그러니까 생활 속에서 짧은 여유시간에 감상할 수 있는 노래가 필요한 것이다. 감동과 깨우침을 줄 수 있는 노래, 사회의식을 반영한 노래, 나의 아픔과 슬픔 대신 울어줄 수 있는 노래, 공감하며 위로해 줄 수 있는 노래, 감성과 지성을 조화롭게 만들어 주는 노래, 우리의 가슴과 머리를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노래, 따뜻한 마음과 사랑이 묻어나는 노래, 삶의 진지함과 진정성이 풍기는 노래, 화를 누그러뜨릴 수 있도록 포근하게 안아주는 노래, 소통으로 융합할 수 있는 노래, 특히자기 성찰의 노래가 필요하다.

필자에게 있어 시란 정신적 물이다. 우리 정신은 무언가로 채워지고 싶어 한다.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이 있다. 물질 소유만을 가치로 두고 더 많이 가지려고 정신이 없다. 물질을 따라 달리는 마라토너에게 들여 주는 물 한 통. 이는 숨을 고르며 다시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여유이다.

시에 감정을 토로하며 필자 자신은 시로 다시 태어났다. 또한 스트레스로 인한 삶의 여유를 잃었을 때 시 덕분에 숨을 쉬는 구멍이 되었다. 시는 하루의 뒤안길인 밤에 내 본질과 마주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필자는 오늘만이라도 출산이 행복한 세상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함민복의 ‘눈물은 왜 짠가’라는 시를 통해 감동을 나누고 싶다.

김양옥 한국출산행복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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