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경쟁 환경 만들고 체질 개선… 신바람 中企 뒷바라지”
최근 우리 경제는 일본의 수출규제, 미ㆍ중 무역갈등 확대 등 대내외 여건이 악화하며 활력이 저하되고 있다. 특히, 전국 최대 규모로 중소기업 3분의 1이 모여 있는 경기지역은 체감 경기가 그 어느 때보다 꽁꽁 얼어붙어 기업인들의 근심이 깊다.
지난 4월 취임한 추연옥 경기중소기업회장은 이런 상황을 반전시키려면 경제 주체들이 머리를 맞대 기업에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중소기업은 글로벌 트렌드를 예견해 기회 요인을 발굴하는 부단한 노력을 동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느 때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그를 만나 중소기업의 당면한 현안과 생존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Q.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지역본부의 역할을 소개해 달라.
A. 경기도는 78만 개의 사업체가 있는 대한민국 대표 제조업의 메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총 13개의 지역본부가 있으며 경기본부는 대한민국 경제의 핵심 경기도를 총괄하고 있다. 경기본부는 경기도 내 중소기업협동조합의 정책개선 및 소상공인 지원사업, 회원 서비스사업 등을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에 등록된 협동조합은 108개로 회원사는 7천900여 개, 근로자 수는 6만 9천여 명 정도 된다. 경기본부는 경기도 협동조합 조례 제정, 유통상가 활성화를 위한 정책마련, 시화ㆍ반월 등 국가 산업단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협동조합별 발전방안 예산지원 등 애로사항을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경기도 중소기업이 생산한 우수 제품이 많다. 우리 기업들의 해외 진출 활성화 정책과 전략이 있다면.
A. 현재 한국은 미중무역 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 여파로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끼어 있다. 하지만, 우리 중소기업은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글로벌 트렌드를 읽으며 기회 요인을 발견해내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글로벌시장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시장에서 온라인 시장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극한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경기지역에는 경쟁력 있는 우수한 제품들이 매우 많다. 경기지역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계획할 때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접목시켜 진출전략을 짜는 것이 꼭 필요하다. 예를 들어 능력 있는 온라인 시장 벤더를 만나 입점한 뒤 브랜드 파워를 키우고 어느 정도 판매가 이뤄지면 오프라인 벤더를 통해 해당 업종의 주요 소매점, 도매상들에게 납품하는 등의 단계를 밟아간다면 성공 확률이 더욱더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유능한 현지 벤더나 바이어 발굴은 중소기업중앙회 등과 같은 공신력 있는 수출지원기관들을 통해서 진행하는 편이 안전할 것으로 보인다.
Q. 일본의 수출규제로 정부의 대책이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현장에서의 체감은 떨어진다. 이유와 대안은.
A. 이번 사태는 수십 년간 지속해 온 국산화 외면의 결과라고 좀 강하게 말하고 싶다. 독일, 일본 등 부품 소재 강국의 중소ㆍ중견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제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국내 중소기업들은 이들 부품 소재의 국산화를 시도해도 시장 확보가 쉽지 않아 번번이 실패한 경우를 자주 봤다. 외국산을 국산으로 대체하려면 대기업 구매담당자들이나 연구소 직원들이 치러야 할 대가가 생각보다 크다. 국산품 대체 후 발생할 문제에 대해 기업 내부의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국산품 대체 시 부당거래가 없었는지 색안경을 끼지만 외국산을 사용했을 경우 ‘어쩔 수 없구나’라는 반응이 나온다는 것이다. 또한, 어렵게 시장을 개척해도 대기업과의 거래가 시작되는 순간 단가인하 압력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성장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진다. 이 같은 분위기가 오랜 시간 동안 대일 의존도를 높여온 결과로 나타났고, 단시일 내에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결국, 우리 경제의 근간인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큰 틀의 대책들이 효과를 봐야 핵심 부품 소재 산업의 대외 의존도가 낮아질 것이다.
Q. 주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인상 등이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떨어트린다는 우려 속에 일각에서는 기업인의 엄살이라는 지적도 있다. 속사정은 어떤가.
A. 주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인상이 중소기업의 비용상승을 초래해 결과적으로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기업인의 엄살이라기보다 대부분의 제조업 분야 중소기업들이 대기업 또는 대기업 계열의 1차 벤더 등과 수직계열화를 이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경우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비용 상승은 필연적인데 우월적 지위에 있는 경우라면 비용 전가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비용을 떠안게 되는 것이다. 중소기업들 대부분이 단가인하 압력 등을 통해 이미 영업이익률이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비용상승 변수가 생긴 것이 주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인상인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용 상승은 당연히 생계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직원의 급여를 올려주고 근무환경을 개선해 주지 않으려는 기업인은 없다고 본다. 물론, 그렇지 않은 극히 일부의 사례도 있겠지만 이를 우리 사회는 너무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중소기업의 부정적인 부분을 일반화시키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Q. 우리 사회는 여전히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의 선호도가 높다. 과연 연봉만의 문제라고 생각하나.
A. 대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은 사회적 문제로 보인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 중의 하나가 대기업 취업하면 엄청난 축하를 받고,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어떤 회사인지 설명하느라 마음 상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높은 연봉보다 사회적 인식이 문제인 셈이다. 우리는 미디어 등에서 알게 모르게 대기업에 대한 우호적 이미지와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다. 결국, 청년들이 취업을 결정할 때 자신을 둘러싼 이 같은 사회적 환경에 영향을 받게 되며 우리 고유의 체면 문화와도 맞물려 일자리의 미스 매칭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Q. 우리나라 중소기업 중 100년 기업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가업ㆍ기업계승에 대한 견해는.
A. 우리 사회에서 중소기업을 보는 인식이 제일 큰 문제다. 일본은 200년이 넘은 기업만 3천 개가 넘는다. 100년이 넘은 기업은 1만 5천여 개로 알려졌다. 우리는 어떠한가. 100년이 넘은 기업은 고작 6개 정도다. 일본은 대를 이어 가업을 승계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는 대기업을 제외하고 가업을 승계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 인식 등이 우호적이지 않다. 우리는 아직 가업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고 세제 또한 굉장히 경직돼 있다. 전체 세수에서 상속, 증여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1% 미만임에도 굉장히 까다로운 제도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 반증이다. 특히, 증여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속히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생전에 모든 노하우를 2세 경영인에게 물려주려면 증여과정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Q. 마지막으로 도내 중소기업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 향상과 수출을 통한 기업성장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지만 이러한 문제는 기업과 정부 지자체 등 경제 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할 커다란 과제다. 경기중소기업회장으로서 기업인들이 신바람 나게 일하고 일한 만큼 제대로 인정받는 사회 분위기와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 할 예정이다. 어렵고 힘든 시기지만 우리는 늘 위기를 잘 극복해 왔다. 이번 또한 마찬가지며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최근 형성된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정부의 대책이 효과를 거두고 중소기업들이 체질을 강화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국가 경쟁력 강화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대담=김창학 경제부장
정리=홍완식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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