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 지방분권을 넘어 지방자립으로

모르타르(Mortar). 조적구조 건물에서 벽돌 사이를 채워 긴밀히 결합하기 위해 바르는 시멘트와 모래의 혼합물이다. 벽돌에 비해 눈에 잘 띄지 않는 이 건축 재료가 건축구조상 벽돌보다 1.5배 이상 강도가 커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건물이 제대로 서려면 외벽을 구성하는 벽돌보다 오히려 그 결합재가 더 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몇 해 전, 필리핀 마닐라에서 가장 큰 복합 복지시설인 ‘Hospicio de san jose’를 방문했을 때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200년 넘는 역사의 이곳은 정부 보조금 없이 오직 시민들의 후원금만으로 월 1억5천만 원의 운영비용을 충당하고도 남아 인근의 어려운 이웃들에게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시설을 찾았던 바로 그날, 시설 입소자들이 모두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는 광경이 의아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 지역의 한 공무원이 자신의 생일을 맞아 입소자 300여 명의 도시락을 마련한 것이었다. 기부와 봉사, 지역사회의 긴밀한 연대만으로 대규모 복지시설을 자립 운영하는 그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방분권의 당위성과 방법론에 관한 논의가 뜨겁다. 그런데 지방분권이라는 것도 그 자체는 하나의 수단이며 궁극의 목표는 바로 ‘지방자립’이다. 자치입법·자치행정의 확립과 지방세 확대를 골자로 하는 재정분권개혁 등 지방분권의 방법들은 결국 지방자립이라는 튼튼한 집을 만드는 벽돌들인 것이다.

집을 짓는 데 있어 주요자재인 벽돌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다. 지방분권의 수단들로 거론되는 여러 제도들과 정부의 지원은 진정한 지방자립 실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하나 더, 이 벽돌들을 단단히 밀착시키며 켜켜이 쌓아 올리는 모르타르를 놓쳐서는 안 된다. 바로 지역공동체 구성원들의 자발적 연대(連帶)다. 따뜻한 자본주의의 발현인 사회적 경제, 그리고 지역사회의 그늘을 비추는 자발적 봉사와 기부는 지방분권과 자립을 튼튼하게 쌓아올리는 결합재다. 초기단계 지방분권을 형성하는 것은 제도 확립과 법령의 개정임이 분명하지만 분권화된 지방정부를 자립적 발전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지역공동체의 자발적 연대인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군기지를 가장 먼저 떠올릴 법한 동두천은 사실 인구의 28%가 넘는 2만6천여 명이 자원봉사자로 등록된 자원봉사의 대표도시다. 인구 10만이 채 안 되는 동두천에서 활동 중인 자원봉사단체만 240개가 넘는다. 얼마 전에는 시 공무원 전체의 92%가 매년 총 4천628만원을 정기기부하기로 하는 ‘희망나눔 행복드림’ 프로젝트를 성공시켜 경기도 지자체로는 최초로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인증 ‘착한일터’로 선정되기도 했다. 천사데이의 발원지, 자발적 사회안전망을 구축한 나눔과 연대의 도시 동두천은 그래서 미래가 밝다.

벽돌이 없는 집도, 모르타르 없이 벽돌로만 쌓은 집도 생각할 수 없다. 줄탁동시(啄同時).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하듯이, 이웃을 사랑하는 연대의식과 자립적 자조체계를 스스로 갖추는 바탕 위에서 과감한 제도개선과 법령개정으로 획기적인 수준의 지방분권을 조속히 실현해야 한다. 대통령이 천명한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은 지역균형발전과 진정한 지방자치제도를 완성할 것이다. 그리고 지역공동체의 연대는 그 완성을 앞당기는 촉매제다.

음악과 영화가 전파를 타고 공중을 날아다니는 이 시대의 스마트한 공학기술도 그 출발은 간단한 산수다. 가장 단순한 이치가 세상을 바로 지탱하는 주춧돌이다. ‘기쁨은 더하고 슬픔은 빼고, 희망은 곱하고 사랑은 나누자’는 사칙연산 건배사가 웅변하는 그 지역공동체 연대의식은 지방자립이 지속가능하게끔 단단히 지켜주는 끈끈한 모르타르다.

이성수 동두천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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