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중소기업의 수출 다변화를 서두를 때다

중소벤처기업부 수출통계에 의하면 2018년 중소기업 수출액은 1천87억 불, 수출국은 224개국이다. 이 중 1억 불 이상 수출국은 68개국으로 전체 수출액의 97.8%를 차지하고 있다.

대륙별로 아시아 64%, 북미와 유럽이 각각 12%, 중동 5%, 중남미 4%, 아프리카와 대양주가 각각 1% 수준이며, 아시아로 쏠림현상은 중국(홍콩), 베트남, 일본 3개국이 아시아수출의 74%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국가로 수출 집중은 글로벌 공급망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경우 문제가 없지만, 이들 국가의 경제상황 및 정책의 급격한 변화가 생기면 우리 수출기업과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 되고 있고, 한국의 제4위 수출국 일본과도 양국이 백색국가 맞지정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과 일본 양국에 37%라는 높은 수출 비중을 가진 우리 중소기업은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수출 현실을 돌아보면 중소기업당 수출국 수가 3~4개국을 넘지 않을 만큼 제한적이다. 소수의 기업 외에는 수출다변화를 위한 별다른 시도도 없다. 지금까지는 다변화보다는 어디가 되었든 수출확대라는 측면에서 마케팅을 해왔지만, 향후에는 기업은 물론이고 공공부문도 수출다변화를 위한 선별적 지원프로그램을 도입해 중소기업이 한 국가라도 수출국 수를 늘리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아울러 우선순위의 수출다변화 대상지역 및 국가를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많은 지역 중에 아시아경제공동체(AEC)와 태평양동맹(Pacific Alliance)이라는 경제블록의 국가들을 주목해야 한다. 아시아경제공동체(AEC)는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10개국을 회원으로 한다. 우리 정부의 신남방정책의 핵심이기도 하고 경제성장의 발전모델로서 한국을 닮고 싶은 수요가 높고, 매년 한국과의 무역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태평양동맹(PA)은 중남미를 대표하는 멕시코, 콜롬비아, 페루, 칠레 4개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태평양동맹에 가입을 추진해 오고 있는데 올 9월 말 예정된 산티아고 회의를 통해 준회원국 지위를 받게 될지가 결정된다. 준회원국이 되면 우리와 FTA가 체결되지 않은 멕시코와도 FTA에 준하는 혜택이 주어지는데 우리나라의 10대 수출국이자 중남미 최대 수출국인 멕시코와의 무역교류가 획기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기에 수출다변화의 적지라고 판단된다.

한편 수출다변화를 위해선 공공부문의 지원 인프라도 확충돼야 한다. 중소수출기업이 역량이 부족해 새로운 지역, 새로운 국가로의 도전을 기피하고 익숙한 시장으로만 진출을 도모하다 보니 특정지역, 특정국가로 쏠림이 발생하고 동지역에서 우리 기업끼리 경쟁하는 악순환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시장으로 어렵지 않게 접근할 길을 열어 주는 것이 공공부문의 몫이다. 현재 경기도는 중소기업 수출 상위 20위 내 국가 중 7개국에 경기비즈니스센터(GBC)를 설치해 중소기업의 수출을 돕고 있는데, 지리적으로 원거리이고 정보부족 및 상관습의 차이로 공략이 어려운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도 GBC가 설립되면 중소기업의 수출다변화 수요에 선제 대응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자원이 빈약하고 시장이 협소해 내수가 경제를 지탱할 수 없기에 수출의존이 불가피하지만, 특정국가로의 수출 집중을 벗어난다면 그만큼 외부충격에 따른 위험이 덜하게 될 것이다. 수출을 여러 바구니에 나누어 담는 수출다변화를 서두를 때다.

이계열 道경제과학진흥원 글로벌통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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