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딸과 그 여자의 아들이 만나 내 여자의 남편이 되고, 내 남자의 아내가 되던 날. 다른 문화에 익숙한 두 사람이 새로운 가정문화를 만들 첫걸음마를 내딛는 뜻 깊은 날. 10월12일, 필자가 처음으로 주례를 한 특별한 날이 됐다.
예비신랑신부가 기획하고 진행하며 주례자 없이 양가 부모님의 덕담 형태로 바뀌고 있는 결혼예식. ‘주례사(主禮辭)’ 필자의 마음속에 배어 나오는 감동과 느낌이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끝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자기주관이 뚜렷하고 똑 소리 난 예비신부. 요즘 세대를 대변하는 듯 당당하게 신여성답게 결코 쉽지 않은 주례주문서를 내밀었다. 주례사(主禮辭)가 길고 따분해 하객(賀客)들로 하여금 예식 중간에 식사하러 가지 않도록 해줄 것과 ‘참아야 한다’는 등 당연한 말 대신 하객들까지 공감하여 예식을 마치고도 여운을 느낄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어려운 주례사(主禮辭)에 어떤 말과 행동을 하지? 우리 모두 오늘은 처음 살고 있으니 어제 살아봤다는 이유가 아닌 오늘은 철저하게 새롭게 새로운 날로 시작하자고 제안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제를 이어 반복해서 실수도 할 수 있고, 상처를 줄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같은 실수와 상처가 아니라 오늘(현재:present)은 선물(present)인 것이다.
이런 주례가 형식적이어서 사라지는 걸까? 100년 후 우리 역사 속에서만 주례 문화가 있게 될까? 대한민국이 100년도 안 되어 없어지는 판국에 과연 중요한 것은 무얼까?
출산과 출생이 행복한 세상이길 꿈꾸고, 연애와 결혼을 포기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길 바라는 가정회복운동을 해 온 지 어언 10여 년이 넘었다. 결혼을 한 부부들조차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게 현실이다.
주례사나 덕담이든 인생의 선배로서 결혼은 마냥 기쁜 일이고, 결혼을 선택하는 것은 정말 잘하는 일이며, 계속 핑크빛으로 행복할 거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작금(昨今)의 현실에 결혼을 선택한 부부들을 바라보는 필자의 마음은 무겁다. 이런 세상을 만드는데 필자도 방관자였으니 더 미안하다.
오늘 결혼한 부부가 아이를 낳겠지. 행복도 잠시 당장 아이를 맡아 줄 곳, 키워 줄 사람을 찾아 헤매야 하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예비결혼기획자들이 결혼에 대한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국가가 아닌 마을 공동체적 측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더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불안한 환경으로 결혼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들을 집중 관리한다면 출산 문제에 효과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 부부는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갔다. 필자는 신혼부부들이 가장 선호하는 1등 여행지인 하와이에서 출산이 행복이길 바라는 ‘We make happy’ 캠페인을 다음달 22일과 23일 양일에 걸쳐 미국에 있는 ELLO ETI라는 회사와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출산행복진흥원은 대한민국이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100년도 되기 전에 이 지구 상에서 사라질지도 모를 위기를 걱정하며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우리의 뜻을 알릴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들을 모색해서 이번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필자는 여성으로서 처음 주례를 한 것보다 더 기대되고 설렌다. 많은 분의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김양옥 한국출산행복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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