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9일은 ‘지방자치의 날’이다. 지방자치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2012년 국가가 지정한 기념일이다. 국가 전체의 민주성과 효율성,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지방자치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주장은 시대적 흐름이 되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자치분권’이 화두로 떠오르며 지난해 ‘지방이양일괄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서울ㆍ세종ㆍ제주에 ‘자치경찰제’도 시범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권한을 위임하고 주민 밀착형 지방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정책들이 ‘자치분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중앙과 지방이 수직적 상하관계가 아닌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 실현을 위한 정부의 이 같은 노력은 마땅히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민주주의 역사와 함께하는 지방자치의 역사가 30여 년 동안 흘러오면서 지방자치단체장의 시스템으로 커져온 것에는 큰 아쉬움을 느낀다. 많은 시민들이 지방정부는 알지만 지방의회는 잘 모른다.
일례로 부천시장이 누군지는 알아도 부천시의회 의장이 누군지는 잘 알지 못한다. 이름을 몰라 섭섭하다는 말이 아니다. 그만큼 지방자치단체와 단체장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반면 지방의회와 지방의회 의장은 부속기구나 그림자로 여겨진 것도 사실이다.
지방자치가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질적인 발전까지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지방의회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가 낮아 그럴 수도 있지만 지방의회가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다. 이러다보니 지방의회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을 요구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지방정부의 권한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지방자치단체를 감시, 견제해야 할 의무가 있는 지방의회에 걸맞은 제도적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는 등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심각한 불균형이다.
실례로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의회 직원의 인사권은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있으며 의정활동은 갈수록 전문화되고 있지만 지방의회 보좌 인력은 제한되어 있다.
국회의원의 경우 유급 보좌진을 9명이나 둘 수 있는 반면, 지방의원은 단 한 명의 보좌진도 둘 수 없어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이 시급하다.
문재인 정부도 의회가 주민의 당당한 대표기관으로 단체장에게 속해있던 지방의회 소속직원 인사권을 시도부터 단계적으로 독립시키고 자치입법과 감사활동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정책지원 전문인력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런 점에서 부천시의회 제8대 전반기 의장직을 맡고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이 의원 역량강화와 정책연구 활동지원이다. 20명이 초선의원이라는 우려를 딛고 현재 부천시의회에서는 ‘정책발전 연구회’, ‘열린광장’, ‘지방분권 연구포럼’, ‘청년미래포럼’, ‘숲생태보전연구회’ 5개의 의원연구단체가 활발하게 활동하며 시민참여를 통한 조례 제정을 실천하고 있다. ‘정책지원 전문인력 제도’가 시행된다면 훨씬 더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처럼 자치분권 성공의 열쇠는 지방의회 혁신에 달려 있다. 시민이 행정서비스의 주인이 되려면 시민을 대변하는 지방의회의 기능과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 이제 지방자치가 민주주의 학교라 설파한 J.브라이스의 말이 진정으로 실현될 때이다.
이번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추가 확산을 우려해 돼지열병 발생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축소해서 개최한다고 한다. ‘자치분권’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강력한 만큼 조만간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기대해 본다.
김동희 부천시의회 의장·경기도시군의회의장협의회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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