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왜 함박도가 문제인가?

인천 앞바다 서해에 함박(함지박)처럼 생겨서 함박도(咸朴島)라는 이름 붙은 작은 무인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함박도는 면적이 6천여 평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북쪽 약 0.7㎞에 위치하나, 대한민국 영토로도 등재돼 있다. 썰물 때는 남서쪽으로 약 8.6 ㎞ 떨어져 있는 강화군 서도면 우도와 갯벌로 이어진다.

위키백과는 함박도가 서해 연평 우도와 말도에서 각각 북쪽과 서쪽으로 8㎞쯤 떨어진 섬이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대한민국 행정구역상으로 인천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산97 번지에 편입됐다고 한다.

‘함박도’ 관련 논란은 ‘주간조선’이 지난 6월 24일 ‘대한민국 주소지에 북한군 주둔? 서해 NLL ‘함박도’ 미스터리’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면서 본격화됐다. 해양수산부와 국토교통부의 자료에는 함박도가 대한민국 영토로 기재돼 있으나, 국방부가 함박도를 북한 영토라고 한 답변을 대조하며 “정부의 주소 등록이 잘못됐거나, 대한민국 땅을 북한이 장기간 실효 지배해온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일부 보수 논객들이 SNS상에서 ‘한국 땅에 북한군이 주둔하고 있다’, ‘우리 땅 함박도를 문재인 정부가 북한군에 내줬다’고 강조하면서 널리 퍼져나갔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2017년부터 인천시 강화군에 있는 헌법상 우리나라 영토 ‘함박도’가 북한군에 의해 불법으로 점령당하고 그들은 군사기지를 설치해 대한민국 군대를 위협해왔다”고 전제, “국토교통부는 우리나라 영토가 맞다면서 정작 문재인 정부는 북한 땅이라고 하는 이상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2년이 넘는 시간동안 국방부장관이 이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냐, 혹 알고도 숨긴 것이냐”라고 반문하며 “대한민국의 영토인지 북한의 영토인지 확실하게 선을 그어 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과거 1997년 2월 6일 당시 김동진 국방부 장관이 “북한의 함박도”라고 발언했고, 주간조선도 2010년 12월 6일 ‘썰물 땐 北과 갯벌로 연결 해병들 무장한 채 취침’ 기사에서 “우도에서 가장 가까운 북한의 섬은 함박도”로 표현했다. 오마이뉴스는 2016년 7월 26일 “서해5도에 있는 우도를 아십니까” 기사에서 “우도에서 가장 가까운 북한 지역은 함박도”라고 썼고, 동아일보는 2016년 10월 21일 ‘야간경계 투입 앞둔 군 장병들 “홍대클럽에 온 것 같다”’에서 “이 섬(우도)은 직선거리 10㎞ 이내에 함박도 등 북한 섬 4개가 몰려 있다”고 보도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국방부는 9월2일 정례 브리핑에서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는 왜 아직도 (함박도를) 우리 땅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건지, 왜 아직도 정리가 안 됐는지 궁금하다”는 기자 질문에 “함박도는 북방한계선 서해 NLL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도서가 분명하다”며 “(남한 행정주소 수정) 작업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정전협정 체결 당시 서해도서 관할권이 정리됐는데, 그때 이미 함박도는 북한 관할 도서로 정리가 됐다고 거듭 설명했다.

영국은 1885년(고종 22) 3월 1일 전라도 여천 거문도를 무단 점거, 1887년 2월 5일까지 불법 점령했다. 영국의 침략사실을 한달여 뒤늦게 알고 대책회의를 연 조선 조정 어전회의에서 당시 외무협판 김윤식은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었지만 거문도 위치를 “강화도 근처의 주문도를 말하는 거 같습니다”라고 하는 등 정부 요인들은 거문도 위치조차 몰라 횡설수설했다. 상황과 조건이 맞으면 “역사는 영원히 되풀이 된다”라는 투키디데스의 경구가 있지만 함박도 논란은 조선 멸망의 시그널이었던 구한말 영국의 거문도 점령사건을 연상시키는 것은 필자만의 감상일까?

박종렬 가천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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