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인류는 지구 생태계를 지킬 수 있을까

세계환경개발위원회가 1987년 ‘브룬트란트 보고서’를 내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논의한지 30년이 넘었다. 당시 노르웨이의 총리 브룬트란트는 ‘우리 공동의 미래’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의 정의를 발표했고, 국제 사회에 널리 통용시켰다.

보고서에서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미래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킬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으로 규정한다. 인류가 계속 살아가려면 자연환경과 자원을 수탈적으로 소모해서는 안되고 생존에 필요한 수준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지구환경이 인간 활동을 더 이상 지탱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제 사회의 노력이 이러한 문제의 해결에 턱없이 부족하다. 아마존 유역 개발 등에서 보는 것처럼 오히려 환경 파괴가 대규모로 일어나는 곳도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파괴된 환경을 복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더욱 커지고,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가까워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생태계에 대한 압력은 앞으로 수십 년 사이에 매우 높아질 것이다. ‘통섭’의 저자인 에드워드 오즈번 윌슨은 이 시기를 인류 생존의 ‘병목’이라고 예측한다. 윌슨은 2100년이면 아마도 세계의 인구는 안정 혹은 점진적 감소 추세를 보일 것이며, 인류가 환경 친화적인 시스템에 힘입어 자연과 공존하면서 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 병목 기간을 어떻게 넘길 수 있는지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이에 따른 세계 곳곳의 대규모 환경변화, 사막화 현상의 가속화, 풍수해의 대형화와 빈발 현상은 인류에게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을지 의문을 갖게 한다. 현재의 기술수준과 경제 구조가 상당 기간 지속되면 온실효과를 비롯해 환경파괴와 자원고갈은 당분간 계속된다. 인류는 이 기간을 줄이고 새로운 환경 친화적인 경제 구조와 생활양식을 만들어 정착시켜야 한다. 수십 년 이내에 기대하는 만큼의 과학적 진보를 이루고, 기술 개발과 보급, 지정학, 경제학 등 여러 조건을 아우르는 복합적·사회적 프로세스를 원만히 진행해 세계의 모습을 변화시켜야 한다.

인류가 이 병목을 통과할 수 있을지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모두 있지만 과학자들은 낙관적이다. 지난 2004년 UN의 빈곤퇴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컬럼비아 대학교 지구연구소에서 ‘지구 환경 현황 평가’ 회의에 참석한 과학자들은 경제적 후생과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기술적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방안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실용화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막대한 공공 R&D 투자, 그리고 원활한 세계적 거버넌스의 정착이 필요해 실현가능성에 대해 누구도 장담하지 못했다. 다만 과학자들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인류가 생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결국 이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는 희망에 기댄 것이다.

우리 세대는 인류 생존의 중요한 갈림길에 있다. 더 늦기 전에 한국에서도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여러 분야의 과학자들이 적극 참여하고 진지한 논의를 통해 결론을 내리는 등 행동을 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는 기성세대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등교거부를 하는 제2의 툰베리(Greta Thunberg)가 출현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고문현 前 한국헌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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