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모색하는 슬로시티

따뜻한 겨울이 이어지고 있다. 겨울 축제를 계획했던 지자체들은 줄줄이 축제를 연기, 포기하고 있으며, 가까스로 진행했던 축제들도 애초 성공적인 운영과는 거리가 멀어 울상이다.

얼마 전 제주도는 기온이 24도까지 올라 반팔을 입은 관광객들의 모습이 TV를 통해 나오기도 했고 화천 산천어 축제는 축제 개장을 한 달 가까이 뒤로 연기해 놓고 있다.

이상 기온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아열대 지역인 베트남에 눈이 내리고 5개월여 간 계속되고 있는 호주 산불도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 고온과 가뭄이 그 원인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기상 이변에 더해 최근 우리나라는 미세먼지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봄철 황사를 넘어선 사계절을 가리지 않는 미세먼지는 시민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은 물론, 산업계 전반에도 큰 영향을 끼쳐 국가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 심각성을 대하는 시민들의 자세나 공공기관의 자세는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초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되어도 규정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시민들이 대부분이고,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실시는 청사 주변 도로를 공공기관 직원 차량 불법 주차장으로 만들고 있다. 차량 2부제 운영은 국가적 과제로 공공에서 먼저 모범을 보여 민간으로까지 이어져야 하는 과제임에도 실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온난화로 인한 각종 기상이변의 기저에는 문명의 발달과 인간의 끊임없는 편리함 추구가 자리 잡고 있다. 조금의 불편도 감내하지 않으려는 인간의 속성은 새로운 문명의 발달과 함께 파괴를 가져옴으로써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즈음에서 새로운 공감대를 얻어가고 있는 것이 슬로시티 운동이다. 인간 문명의 진정한 발전과 오래 갈 미래를 위해 자연과 전통문화를 잘 보호하면서 진짜 사람이 사는 따뜻한 사회,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 슬로시티의 모토다.

느리게 먹고 느리게 살아가는 데서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슬로시티 운동은 자연 생태계 보호와 슬로푸드 등을 골자로 이미 지구촌 곳곳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몇몇 지자체가 슬로시티 인증을 받고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알프스 마테호른에 오르려는 등산객들이 넘쳐나자 과감히 석유 자동차를 추방한 스위스의 체르마트, 산업 공생 도시를 만들어 낸 덴마크의 칼룬보르, 가로등을 거의 켜지 않아 밤하늘을 감상하기 좋은 이탈리아의 오르비에토 등은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최초 인증을 받은 전남 신안군 증도와 담양군을 비롯해 최근 예산, 태안, 김해 등이 느림의 철학을 바탕으로 도시의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특히, 전남 담양과 경남 하동은 도시 전역이 슬로시티 인증을 받아 자연 생태계와 전통이 멋들어지게 어우러져 결코 인간의 행복이 문명과 이기에 있지 않음을 증명해 주고 있다.

문명의 발달은 인간 사회를 각박하게 만들어 가고 있으며 자연 생태계마저 파괴하고 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는 인간의 존엄만이 아니라 파괴된 생태계를 복원하고 자연과 공존하며 사람답게 살아갈 권리를 회복하는 데 있다. 지구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삶의 생태계를 파괴시켜 가는 현실에서 슬로시티로의 전환은 우리 도시들이 반드시 지향해 나갈 비전이다.

이견행 군포시의회 의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