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7기 임기 반환점을 도는 박남춘 인천시장이 발표한 올해 시정 운영방향이 세간의 관심사다. “욕을 먹더라도 인기에 연연하는 정책을 펼치지 않을 것“이라며 “도시 기본을 튼튼히 하는 사업과 갈등구조 때문에 진척이 없는 여러 해묵은 현안들을 해결하는데 집중”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 1월 8일 새얼아침대화 신년강연회에서 ‘2020 시민과 함께 인천의 희망을 그리다’란 주제 강연에 나선 박 시장은 ‘민선7기 557일간의 이야기’를 토해냈다. 먼저 소통 기능을 강화해서 푼 해묵은 난제 10선을 소개한 뒤, 수도권매립지 사용종료에 따른 소각장 설치 문제 등이 비록 정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궂은일이지만 ‘누군가는 꼭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기에 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박수 받아 마땅할 용단이다.
이를 반기듯 해묵은 현안 해결에 시민단체도 합세했다. 인천경실련이 대정부 현안 해결에 협조하겠다며 시장 면담을 요청한 거다. △수도권매립지 2025년 사용종료 및 ‘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 군·구 확산 △인천국제공항 허브화와 원도심 균형발전을 위한 제2공항철도 적기 건설 △지역 차별 없는 사법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한 인천고등법원 설치 등의 현안이 총선을 겨냥한 여야 정치권의 주민여론 갈라치기와 여당의 초당적 협력거부로 난항을 겪고 있다며, 박 시장의 초당적 시정운영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자고 제안했다. 한데 시 소통부서 측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시장이 ‘시민과 함께’ 현안을 해결하는 새 협치 모델을 제안했지만 시장 면담은커녕 회신조차 없다. 측근이 시장의 직접 소통을 가로막은 꼴이다.
주지의 사실은 박 시장이 호언한 현안들치고 시민사회의 지지 없이 해결 가능한 현안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당장 신·구도심 연결을 위한 광역교통망·균형발전 사업만 보더라도 현장 주민여론이 관건이다. 항공정비(MRO)산업 활성화를 통한 공항경제권 형성과 제2공항철도 적기 건설을 통한 인천공항 허브기능 강화를 위해서는 대대적인 시민운동이 필요하다. 총 7천500억 원에 달하는 경인고속도로 일반화(인천 기점∼서인천 나들목) 사업비도 정부로부터 ‘혼잡도로’로 지정받아야 국비 지원이 가능하기에 주변지역 주민들의 목소리가 절실하다. 그뿐이랴. 자당 국회의원마저 비협조적인 소각장 설치 등 자원순환정책 전환도 시민적 지지만이 확실한 해법이다.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숭이 임금님’에 등장하는 사기꾼 재봉사들은 바보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신비한 옷을 짓는다고 임금님을 현혹시킨다. 신하들은 보이지도 않는 옷을 두고 온갖 아양을 떨었고, 백성들도 벌거벗고 행차하는 임금님을 환호했다. 하지만 한 어린아이의 외침으로 모든 진실은 드러난다. “벌거벗은 임금님이다” 박 시장이 직면한 공공적 갈등 현안은 시장이 발 벗고 나설 때에만, 그 진정성이 전달돼 시민적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에 측근들의 잘못된 수렴청정이 시장과 시민의 소통과 협치를 가로막아 해묵은 난제 해결을 그르치지 않도록 우리 모두 나서야 한다. 박 시장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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