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코로나19와 주택도시공간의 개조

김덕례
김덕례

코로나19로 세상이 뒤죽박죽이다. 학교는 개학을 한 달 연장했고,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휴원하면서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은 맞벌이 부부는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확진자가 가장 많은 대구는 도시기능이 마비될 정도다. 수시로 날라오는 문자는 추가 확진자 정보를 알려주고 확진자의 동선을 확인해 활동을 자제하라고 한다.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오랑이라는 작은 도시에 페스트가 창궐하면서 도시는 폐쇄된다.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이고 시 당국은 혼란에 빠진다. 이 때 이성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의사 베르나르 리유와 시민들의 노력으로 페스트 시련은 끝난다. 리유는 페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자기가 맡은 직분을 다하는 ‘성실성’이라고 했다. 주택도시가 안고 있는 현안과 미래의 주택도시가 준비해야 하는 사안들을 차근차근 준비하는 성실함이 필요해 보인다.

코로나19는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장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하고 있던 주택건설현장은 비상이다. 집객효과가 불가피한 분양현장과 견본주택도 타격을 받고 있다. 사람들이 적고 넓게 흩어져 사는 농촌지역보다 많은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모여 사는 도시의 확산속도가 더 빠르다. 도시는 많은 사람들이 늘 분주히 이동한다. 이동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접촉한다. 뿐만 아니라 도시에는 많은 건축물과 시설물이 있다. 주택을 비롯하여 오피스빌딩, 호텔, 백화점, 학교 등의 건축물과 도로, 공원, 주차장 등 다양한 시설물이 있다. 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기능과 성능이 낡고 쇠퇴해지면서 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감가상각으로 관리비용이 증가하면서 비효율적인 구조물로 전락해 버린다. 도시내 구조물의 가치하락은 최종적으로는 도시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낡은 도시공간은 특히 보건에 취약하다. 지금처럼 국경없는 바이러스가 창궐할 때 사람들이 빼곡히 밀집해 살고 있는 도시일수록, 낡은 도시공간일수록 대응력은 취약할 수밖에 없다. 2002년 사스, 2015년 메르스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를 보면 바이러스발생주기가 짧아졌다. 이번 코로나19가 끝이 아닐 수 있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공간과 집을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안심공간으로 바꾸어야 한다. 또 닥칠 수 있는 바이러스 창궐을 준비해야 한다.

도시의 보건기능을 회복하고 강화해야 한다. 주거환경이 불량한 지역을 정비하고, 노후불량건축물을 효율적으로 개량해야 한다. 재개발, 재건축, 가로주택정비사업, 자율주택정비사업과 같은 정비사업이 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다양한 지원정책으로 사업추진이 비교적 용이하다. 그러나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소규모 정비사업이기 때문에 넓은 도시공간을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재개발과 재건축은 규제로 사업추진이 어렵다.

분양가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정비사업 구조를 개선해 조속히 추진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비사업은 사업비의 상당부분을 일반분양 수익에 의존하고 있다. 사업비를 낮출 수 있는 구조개선이 필요하다. 사업자(조합)가 대부분 부담한 기반시설 설치비용을 기반시설의 공공성 정도에 따라 공공이 분담하고, 지자체가 민원 해결차원에서 요구하던 기반시설 설치요구도 멈춰야 한다. 민간추진이 어려운 공간은 공공이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공공의 영등포 쪽방촌 개선작업은 의미가 있다.

물리적 개선을 추구하던 시대에서 경제ㆍ사회ㆍ문화가 융합되어 도시기능과 성능을 개선하는 도시재생시대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재개발과 재건축은 여전히 주요한 주택도시공간 개선수단이다. 안전하고 청결한 도시공간으로 속도감 있게 개조하려면 현 정부에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 소규모 정비사업과 더불어 기존의 재개발과 재건축사업 추진도 정상화시켜야 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낙후된 주거환경과 노후불량건축물을 개선하여 도시경쟁력과 보건기능을 강화하고 미래대응적인 주택도시공간으로 리셋해야 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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