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알리는 개나리, 진달래, 목련이 활짝 폈다. 봄꽃 축제의 상징인 벚꽃도 만개했다. 그러나 여의도 벚꽃길은 텅 비었다. 코로나19의 감염을 피하려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기 때문이다. 정작 봄은 왔으나 봄 같지가 않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봄은커녕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다. 어쩌다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에 걸리기라도 하면 곧바로 죽기 때문이다. 영양결핍으로 면역력이 약해져 병사하기도 하지만 감염된 사실이 알려지면 총살당하기 때문이다. 방역과 보건 인프라가 허술한 북한은 전염병 감염을 국가존망 차원에서 강력히 통제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귀한 인명을 총살시킨다하니 말문이 막힌다.
북한전략센터가 발간한 ‘북한 엘리트 처형과 숙청에 관한 2018 연구조사보고서’는 김정은의 잔인무도함을 고발했다. 단순히 김정은 눈 밖에 나기만 해도 처형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김정은에 대한 박수를 건성으로 치거나, 자세가 삐딱하거나 회의 중에 졸기만해도 처형됐다. 여기엔 백두혈통도 군수뇌도 예외가 없었다. 고모부인 장성택 당부장, 현영철 인민무력상, 김용진 내각부총리가 대표적 사례다.
처형방식도 김정은의 말에 따라 달라졌다. 대동강 자라공장 지배인은 김정은에게 자라가 죽은 이유를 전기탓으로 돌리다가 즉각 총살됐다. 그나마 김정은이 “살아 있을 가치가 없는 놈”이라고 말해서 시신이라도 남겼다. 김정은이 “땅에 묻힐 자격도 없는 놈”이라고 말한 자들은 고사기관총에 의해 형체가 사라졌다. 은하수관현악단 및 왕재산경음악단 단원 12명은 고사총에 사살되고 장갑차에 시신이 처참히 훼손됐다. 오상헌 인민보안성 8국장은 장성택을 옹위했다는 죄목으로 고사총으로 처형당한후 화염방사기로 시신이 전소됐다. 이복형인 김정남은 대낮에 국제공항에서 화학무기에 독살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김정은은 2012년 집권 이후 421명을 처형했다. 처형 대상과 방식도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보다 더 무차별적이고 잔인하다. 감정 기복과 변덕이 심해서 기분에 따라 간부들을 강등시키고 숙청하고 죽인다. 그러나 백성의 목숨을 우습게 여긴 폭군은 오래갈 수 없다. 독재연구가 게데스는 독재국가의 수명을 70년이라고 했다. 구소련도 71년 만에 무너졌다. 브라운리는 2차대전 이후 권력세습을 시도한 28명의 독재자 중에서 9명만 세습에 성공했고 3대세습은 북한이 유일하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이 김일성 태양왕과 김정일 광명성왕을 모시는 효자 은하왕이라고 선전해도 그 끝이 멀지 않았다. 하늘이 그냥 두고 볼 리가 없음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역사는 연산군과 광해군에 이어 은하군도 폭군으로 기록할 것이다.
그럼에도 김정은을 위인이라고 연구하는 대학생진보연합이 활개치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다음 주 총선일인 4월15일은 김일성의 생일이기도 하다. 북한 주민들은 겉으론 태양절이라고 기뻐하지만 속으론 폭군 김정은을 두려워하며 멀리하고 있다. 코로나보다도 “폭군, 은하군”으로 인해 떨고 있는 북한 주민들이 안타까운 아침이다.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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