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원경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

코로나19 사태가 3달째에 접어든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도 종교의 역할이 막중해졌다. 그 중에서도 한국 불교는 지난 1천700여년 동안 ‘호국 불교’ 사상을 표방하며 대중들과 소통하고 호흡해 왔다. 호국 불교 사상은 불교의 교법으로 난리와 외세를 진압하고 나라를 지킨다는 사상으로 다른 불교 국가에서는 보기 힘든 한국 특유의 불교 사상이다. 고려시대 몽골과의 전쟁에서 승장 김윤후의 활약과 고려대장경 편찬, 조선시대 임진왜란 당시 서산ㆍ사명대사 등 승장들의 활약 등은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불교가 물리ㆍ정신적으로 국민들을 지켜 왔음을 보인다.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지난 2002년에 출범한 이래로 우리 전통과 자원을 현대에 되살려 전통문화체험, 교육, 전시, 연구조사, 캠페인 사업 등을 통해 전 세계인에게 그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원경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이 있다. 그는 충북 보은 법주사에서 출가해 지난 1994년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사미계를 수지했고 해인사 승가대와 조계종 중앙종회 의원을 거쳐 2014년 12월부터 사업단 사무국장으로 취임하며 사업단과 인연을 맺었다. 지난 2017년 9월29일부터는 사업단장을 맡아 불교와 대중 간 소통과 전통문화 우수성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

원경 스님은 “현 시점에서 사업단의 역할은 종교ㆍ문화콘텐츠 개발과 더불어 호국불교의 마음으로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 지 고민하고 행동하는 것”이라며 “부처님 말씀 전달과 불교 문화 속 긍정적 요소 전달로 지역사회가 코로나19 속에서도 힐링하고 애로를 해소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라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다음주 30일 부처님오신날 행사가 한달 연기되는 등 종교ㆍ문화행사가 축소ㆍ연기돼 관련 종사자와 일반 시민 모두 경제난과 위축된 사회 분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종교ㆍ문화계가 해야 할 역할은.

사회 전반에 피로와 절망감이 퍼져 있다보니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의 급변을 예상한다. 현 시점에서 종교계의 역할이 막중한데 ‘행복’과 ‘치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거와 달리 현대 사회는 단체보다는 개인의 행복에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불거진 문제도 근본적인 원인은 코로나19 때문이지만 개개인의 행복이 무너져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각자의 행복을 위해서 종교가 해야할 역할은 긍정적인 영향력을 전달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각 종교가 저마다의 위치에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전달하는 방법은 상이하다. 말씀을 전달하거나, 방역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방문 위로를 하거나, 음식이나 구호물품 전달 등이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국가적 재난이 일어났을 때 각 종단과 산하 기관에서 직접적으로 재난과 마주하고 희망찬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호국 불교 사상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2014년부터 사업단에 재직하면서 템플스테이, 사찰음식을 통한 불교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그 동안 대중과 소통ㆍ교류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문화사업을 중심으로 대중화에 앞장서게 된 이유는.

고대 문헌에 따르면 현재 이미지와 달리 불교는 민중 신앙으로 도심에서 대중과 함께 하던 종교다. 조선시대에 접어들며 숭유억불 정책이 실시돼 대중과 거리가 멀어졌으나 기본적으로는 가깝게든 멀게든 꾸준히 대중과 교류해 왔다. 사업단의 역할은 현대사회에서 불교와 공존과 교류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교계와 사업단은 오래 전부터 사찰과 그곳에 깃든 불교 사상이 특별한 의미의 자산이라기 보다는 대중 일상의 한 종류라 여겨왔다.

매년 템플스테이를 체험하고자 방문객 약 50만명이 사찰을 찾는다. 증가세가 뚜렷한데다 외국 방문객도 연 7~10만명에 이르러 양ㆍ질적 팽창과 종교적 장벽을 넘어설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이를 위해 불교를 일방향적으로 쳐다보고 깨달음을 얻어가는 종교적 관점이 아니라 편안함을 갖춘 체험 성격이 강한 문화행사로의 탈바꿈을 추진하게 됐다.

-한국불교 역사 1700년에는 생활방식, 삶의 태도, 예술, 음악, 건축 등 다양한 유무형의 문화적 요소가 담겨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불교에 담긴 문화적 요소와 대중화 계획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일상에서 불교를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요소가 많지 않다. 일례로 국내 문화재의 60% 이상이 불교 관련 문화재이며 국내 관광시 이 곳을 방문하기 마련이다. 이 곳에 담겨 있는 키워드는 ‘종합 박물관’과 ‘계승’이다. 불교는 음식, 건축물, 조각, 그림, 음악 등이 사찰 음식, 불상, 염불과 같이 다양한 형태를 갖춰 종합 박물관 역할을 한다. 여기서 영향을 얻은 대중 문화도 많은 편이다. 이를 계승해 나가고 더욱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업단은 불교 대중화에 박차를 가하고자 ▲템플스테이 유지ㆍ관리 ▲사찰 콘텐츠 개발 및 관련 마케팅 방안 마련 ▲해외 시장 활용 등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는 139개 템플스테이 사찰이 운영 중이며 경기 지역에서도 화성 용주사, 수원 봉녕사와 수원사, 성남 대광사, 가평 대원사 등 20여개 사찰에서 운영하고 있다. 매년 2회 교육과 수시 점검을 통해 프로그램 개발과 유지ㆍ관리에 나서고 있으며 SNS로 만족도 조사도 실시하고 있다. 마케팅도 중요하다는 생각에 사찰별 콘텐츠 개발과 상품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매년 템플스테이 사찰을 7~10곳씩 개발하고 있으며 사찰음식 특화사찰도 15곳 이상 마련한 상태다. 코로나19 이후에는 해외 사찰음식 체험 행사 확대 등을 통해 해외 시장 활용에 나설 계획이다. 사업단은 지난 2005년 베를린 행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매년 5차례 이상 이탈리아, 홍콩, 캐나다, 대만,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에서 크고 작은 해외 행사에 나선 바 있다. 행사는 32개국 해외문화원과 대사관, 국제관광박람회ㆍ 문화관광대전 참석 등을 통해 진행됐다.

-최근 사업단은 국립중앙의료원에 사찰음식 도시락을 전달하는 등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의료진을 향한 지원에 나섰다. 이외에 의료계와 취약계층을 향한 지원 활동은 어떤것들이 있나.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사업단은 ‘공익 템플스테이’를 표방하면서 보호관찰 청소년 등을 위한 위로의 시간 마련과 저소득층을 비롯한 취약계층 향한 여러 종류 행사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지원 활동은 ‘수혜자가 자기 스스로 위로와 안식을 느낄 수 있는 시간 마련’을 골자로 한다. 공익 템플스테이를 통해 사회적 문제를 일부 예방ㆍ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 사찰을 통해 당일 내지는 1박2일 동안 진행해왔고 앞으로도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취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접촉이 힘든 지금 시기에는 도시락과 격려의 메시지 지속 전달 등에 그칠 수 밖에 없다. 이를 통해서나마 의료계와 취약계층에게 힘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4ㆍ15 총선으로 국회의 많은 변화가 생겼다. 정치인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매년 예산 편성이나 행사 지원에 있어서 단체ㆍ정당ㆍ종교ㆍ지역 간 이해 관계가 충돌하는 모습이 적지 않았다. 불교 문화 관련 사업 지원에 있어서 이를 종교적 색채를 띤 사업이 아닌 우리 전통 문화를 알리는 사업으로 생각해주길 바란다. 사업단 뿐만 아니라 불교계가 전반적으로 교리 전파나 교세 확장보다는 전통 문화와 불교 간 공통분모를 도출해 이를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템플스테이나 사찰음식과 관련한 행사를 불교 홍보라기 보다는 외국인이 기독교나 천주교에서 볼 수 없었던 한국의 사찰과 스님 등 불교문화를 통해 우리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수단으로, 우리나라 사람의 경우 지금까지 잊고 있었지만 의외로 우리 주변에서 함께 해 온 전통 문화를 알아가고 힐링과 위로가 될 수 있는 시간으로 여겨주길 바란다. 앞으로도 사회 전반에 시너지가 일어날 수 있게 적극 노력하겠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마음의 자세와 국민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응원의 덕담 한 마디 부탁드린다.

어려운 시간이 지속되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어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아울러 이번에는 사태를 전후해 이전의 편안한 삶을 재평가하고 그리워하며 그 동안 간과해 온 것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알게 될 것이다. 우리가 무관심했던 환경, 위생, 제3세계의 분쟁 등이 하나하나 업보가 돼 현재에 이르게 됐다는 생각도 적지 않다.

우리는 나중에 닥쳐 올 제2의 코로나19 사태를 대비해 이번 사태를 등불 삼아 앞으로의 방역과 안전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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