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비상상황 속에서도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나무랄 데 없이 마무리 돼 전 세계가 대한민국의 성과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총선의 승자인 여당은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개혁과제를 추진할 동력을 얻었다. 패자인 미래통합당은 빨리 패인을 분석해 당을 재정비해야 해야한다.
이와 별개로 여야는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를 충분히 분석해 이를 토대로 정치개혁을 이뤄 반듯한 대한민국의 초석을 다져야 한다.
21대 국회에서 이뤄야 할 정치개혁과제는 뜨거운 난제였던 헌법개정이다. 현행 헌법이 개정된 지 30년이 넘었으니 바뀐 시대정신과 헌법 가치를 담아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의 기본틀을 다져야 한다.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의 실패사례를 반복하지 않도록 헌법에서 ‘제왕적 대통령제’ 요소를 없애는 개헌안을 제시,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개혁도 중요하다. 먼저, 현행 소선구제 다수대표제를 개혁해 중·대선거구제 소수대표제로 바꿔야 한다. 이번 총선은 영남이 기반인 미래통합당과 호남이 기반인 더불어민주당이 휩쓰는 등 지역 쏠림현상이 심화됐다. 지역주의에 기대는 양대 다수당에 유리한 현행 소선구제 다수대표제를 사표(死票)를 줄이고 소수자도 대표로 선출할 수 있는 중·대선거구제 소수대표제로 전환해야 한다. 또 21대 국회에서는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소수자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
다원화된 이익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현재 동일정당 소속 국회의원 20인이라는 원내교섭단체의 정족수 요건을 5인으로 완화해야 한다. 현행 요건이 완화되지 않으면 제3의 소수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정당 출현이 어렵다. 민의를 충분히 반영하는 정치체제가 될 수 없는 셈이다.
고정명부식 정당명부제에 기초한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도 가변명부식 정당명부제로 개정해야 한다. 고정명부식 정당명부제란 각 정당에서 비례대표명부를 작성할 때 각 정당의 수뇌부에서 정한 정당명부에 유권자가 단지 찬성표만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이러한 맹점을 악용해 각 정당의 수뇌부는 비례대표 후보의 순위를 정할 때 후보의 능력이나 자질보다는 당에 공천헌금을 많이 납부한 후보나 당수뇌부의 측근 등을 정당명부의 상위순위에 배치했다. 이러한 폐단을 없애려면 독일처럼 유권자가 정당에서 제시한 비례대표명부의 순위를 전부 바꿀 수 있는 가변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채택해야 한다. 각 정당이 작성한 비례대표명부에서 설령 1순위에 배치된 후보라 하더라도 유권자들이 보기에는 공천헌금을 많이 납부하거나 능력도 없이 정당수뇌부의 최측근이라는 이유로 상위순위에 배치된 후보라면 비례대표명부의 최하위로 밀릴 수 있다. 이에 처음 정당 명부상에서 상위순위에 배치된 후보여도 최종 선거결과 동일한 순위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가 없어 공천 헌금 납부를 거부하거나 정당수뇌부에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일도 사라질 것이다.
여야 정치권은 시대정신과 헌법 가치를 담은 헌법개정과 선거제도의 개혁을 이루어 코로나19에 지혜롭게 대처하여 위상을 드높인 대한민국의 국격에 걸맞는 정치수준을 보여주기 바란다.
고문현 제24대 한국헌법학회 회장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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