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독재정권의 종식과 후계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왔다. 산과 들은 푸르름의 싱그러움을 뽐내며 우리를 손짓하고 있다. 지난주 황금연휴에는 코로나로 갇혔던 수많은 인파로 산과 들과 바다가 북새통을 이뤘다. 그러면서도 눈과 귀는 20일 동안 잠적했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방과 상태 및 후계에 대한 궁금증에 쏠렸다.

과거에도 김정은이 여러 번 잠적했었지만 이번에는 CNN 등 세계 유수한 언론들과 탈북 및 북한전문가라는 유튜버들이 김정은의 중태, 유고, 급변사태, 김여정 후계론 등 온갖 루머와 억측을 쏟아냈다. 김정은의 신변에 관해 이토록 우리나라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그가 핵무기를 손에 쥔 절대독재자 이기 때문이다. 그의 손에 따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안보가 중대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을 찾아 준공식 테이프를 직접 끊는 김정은의 건재한 모습을 2일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방송이 송출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영상 속에 비친 김정은의 걸음이 약간 부자연스러웠고 녹색 카트에 타고 있는 것을 보고 여전히 건강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 녹색 카트 차량이 2008년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졌다가 살아 나오면서 짧은 거리도 걷기 힘들어 현지지도 때마다 사용하던 차량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이 녹색 카트 차량을 이용하는 것에 대하여 뇌졸중을 치료받은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제기됐다.

반복되는 ‘김정은의 잠적과 건강문제’를 계기로 독재정권의 종식형태와 세습 후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독재정권 연구가인 미국 일리노이대 밀란 스볼릭(Milan Svolik) 교수는 1946~2008년 기간 중 등장했다가 사라진 독재자 303명의 종식형태를 분석했다. 그 결과 독재자의 67%인 205명이 지배 엘리트 계층이 일으킨 쿠데타나 정변으로 제거됐다. 다음으로 민중봉기가 32명, 민주주의로의 이행이 30명, 암살이 20명, 외세 간섭으로 제거 16명 순이었다. 그러나 현재 김정은은 건강문제가 최고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건강문제가 심각한 상황이 될 때를 대비해 후계문제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백두혈통이며 친동생이고 정치국 후보위원이면서 당중앙위 조직지도부장인 김여정 후계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유교사회인 북한에서 여성독재자에 대한 부정적 견해도 만만치 않다. 김일성의 아들인 김평일 후계자론과 당정치국 상무위원인 최룡해ㆍ박봉주 등의 집단지도체제 등 여러 설이 나돌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 독재자들의 후계문제를 연구한 호주 멜버른대의 레슬리 홈스(Leslie Holmes) 교수는 후계자가 권력기반의 공고화를 위해선 ‘중요 권력기관의 최고지위’를 차지하고, ‘추종자’가 권력기관을 장악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봤다. 그러나 현재 거론되고 있는 후계자들은 위 두 가지 조건을 다 충족하지 못하는 것 같다. 더욱이 김정은의 아들이 10살 정도라고 하니 4대 세습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제 김정은의 건강과 후계문제는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다. 왕이면서 신(神) 같은 절대독재자의 건강과 후계문제는 우리나라의 안위에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기에 쉬쉬할 것이 아니라 철저한 연구와 대비가 필요하다.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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